전기 조리기구의 급속 확산, 무섭다
전기 조리기구의 급속 확산, 무섭다
  • 정희정 /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장 ·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 승인 2013.01.25 10:55
  • 수정 2013-01-2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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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중 전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냉장고나 에어컨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정답이 아니다. 냉장고가 2위, 에어컨이 3위다. 압도적인 1위는 전기밥솥이다. 365일 켜놓는 대형 냉장고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평균적으로 매일 14시간 이상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있다. 밥을 짓는 데 1시간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13시간 이상은 보온 기능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은 평균 922㎾h(킬로와트아워)인데, 이는 냉장고(499㎾h)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도시에 사는 표준 가구의 한 달 전기 사용량이 평균 300㎾h 정도라고 하니, 매달 전기 사용량 중 4분의 1은 전기밥솥이 쓴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가정에서 전기요금을 확실히 줄이려면, 전기밥솥 대신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가스레인지를 떼어내고 전기레인지나 인덕션을 설치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전회사들의 강력한 영업력에 힘입어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전기 조리기구와 난방기구가 붙박이로 설치되고 있다고 한다. 음식점들도 역시 인덕션 레인지를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가스로도 할 수 있는 취사나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것은 비싼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60% 이상이 손실되며 전기를 각 가정에 끌어와 열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사라져 결국 전체 에너지의 3분의 1밖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연료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전기로 바꾸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전기 냉·난방의 확산으로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조리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전기로 급격히 바뀌고 있으니 전력난 극복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며,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가전회사들은 가스레인지가 화재의 위험이 크고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켜 건강에 해롭다면서 인덕션 레인지 사용을 권하지만, 전기 조리기구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인덕션 레인지와 IH(Induction Heating)전기밥솥은 전자파 발생량이 특히 많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인덕션 레인지와 IH전기밥솥에 대해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제품에서 30㎝ 떨어져서 측정하면 기준치 이하지만, 10㎝ 이내 거리에서는 기준치를 최고 3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요리할 때 조리기구와 30㎝ 이상 계속 떨어져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자제품 사용이 늘수록 전자파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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