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뇌관 여전… 최저가 입찰 방식 대신 자원화 능력 따라 업체 선정을
하루 전인 21일 정상화되기까지 구청에는 하루 40〜50통씩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80톤에 달하는데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지 못해 골목마다 방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위탁업체들은 배송비를 포함해 톤당 8만〜9만원의 처리 비용을 14만5000〜1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추가로 20억원이 소요된다”며 “서울시와 환경부가 시비와 국비를 보조해주지 않으면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청소가 자치구 업무라며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음식물 쓰레기 폐수(음폐수) 해양투기 금지는 환경부가 결정한 정책인데 자치구에만 재정 부담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 들어 음폐수의 해양 투기 전면 금지로 비용이 더 드는 육상 처리가 불가피해지면서 전국이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위탁업체 간에 처리 비용 인상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도 현실화됐다.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태였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업체의 안일한 판단과 무대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임옥기 기후환경본부장은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지금보다 40% 줄어든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다. 하지만 종량제는 일부 자치구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이라는 시민 부담은 논란거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자원정책팀장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업체가 시민 불편을 볼모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며 “정부가 조율해야 되는데 노력을 안 했다. 업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력 행사 전에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호소해야 했다.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진원지가 된 것은 인구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볼 때 다른 지자체보다 공공처리시설이 적은 것이 주요 이유다. 시민들의 반대로 처리시설을 제대로 확충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에선 설득하려는 노력도 별로 안 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봉합만 했을 뿐 ‘쓰레기 대란’의 뇌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팀장은 “최저가 입찰로 민간위탁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정할 게 아니라 자원화 능력을 봐야 한다. 적정한 자원화를 전제로 한다면 처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지금은 지자체가 싼 값에 민간업체로 쓰레기를 밀어내면 된다는 생각이고 자원화는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가격을 올려주고 업체가 제대로 자원화하는지 관리감독하고, 민간업체는 투명한 정보 공개로 원가의 적정성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홍 팀장은 “여성들의 감량 노력에만 기대는 것은 문제다. 수분과 염분이 많은 식문화 특성이 있어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는 불가능하다. 버리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며 “감량을 위해 노력하되 자원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식당에서 나온 깨끗한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로, 가정에서 나오는 부패된 쓰레기는 비료로 등급화해 구분하는 것도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지난해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한 지역을 보면 전년도보다 배출량이 20〜30% 줄었다”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처리 비용이 올라가면 세금도 더 내고 환경 피해도 심각해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면 남길수록 마이너스라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