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한 청년들 고민 공유하는 행사 열려
“경제적 지원 넘어 문제 공유·삶의 방식 지원하는 틀 필요”

“가고 싶은 학과가 없는데 학교에서는 지원 동기를 준비하래요. 그보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 어떤 일이 제게 잘 맞는지 모른다는 것이 두려워요. 제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너무 힘들어요.”

대학 입학을 앞둔 한 청년의 목소리다. 청년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문제는 다름 아닌 ‘일’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정부가 청년문제 해결책으로 내놓는 ‘청년실업 대책’이나 ‘일자리 창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정작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불안에 대해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회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1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청년들의 현실을 공유하고 청년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한일청년포럼 1탄- 멘붕시대의 청년들, 그 곤란함에 관하여’가 열렸다.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와 일본 K2인터내셔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경제적인 지원을 넘어, 청년의 곤란함을 공유하며 삶의 방식을 지원하는 사회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한 청년들은 각 주제 테이블에 모여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기자도 ‘갈수록 소비는 늘어나는데 수익은 늘지 않는 현실’이라는 주제 테이블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정연(가명)씨는 “앞으로 학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알바를 하다 보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 장학금을 놓칠 수 있다는 친구들 얘기에 알바냐, 장학금이냐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언제까지 집에 손을 벌려야 하나 고민도 크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전가희(가명)씨는 사회가 발전하고 인적망이 넓어지면서 사회적 소비도 늘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회사에서도 회의를 카카오톡으로 하게 됐다”며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조직 안에 포함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스마트폰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꿈을 이루려고 달려드는 청년들을 교묘하게 착취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형은(가명)씨는 “건설회사에 3년을 다니던 친구가 회사가 어려워져 퇴사 후 이직을 하려고 다섯 군데 면접을 봤는데 그중 4곳이 6개월 인턴생활 후 정직원 전환 결정을 내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그동안의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멘붕’(멘탈 붕괴·정신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이 일상화된 시대에서 삶은 불안정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참석한 일본 청년지원기관 K2에서 요코하마 청년서포트스테이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이와모토 마미씨는 “1989년 문을 연 K2는 초기엔 은둔형 외톨이나 탈학교 청소년 등 주로 10대를 지원했지만 일본 사회에 2005년 이후 일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사회적인 위기감이 늘면서 10~30대까지 대상 폭이 넓어지고, 이용자들이 겪는 문제도 취업뿐만 아니라 생활과 정신적인 부분, 발달장애, 가족, 왕따 등 교육 관련 부분 등 매우 다양하다”며 “청년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전 시간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생활기술 교육과 직업기술 교육, 취업과 자립, 지원 되돌려주기 등 5단계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2는 청년들이 고용 상태에서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취업뿐만 아니라 생활과 정신적인 부분까지 지원하는 전 방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탈학교 후 일상생활을 못 하거나 은둔형 외톨이인 이른바 ‘무중력 상태’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유유자적살롱의 이충한 공동대표도 “청년 중에는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하기가 두려워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처럼 사회가 보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청년 문제는 ‘실업’의 문제로만, 청소년 문제는 ‘복지’의 문제로만 바라보는데 일본처럼 일과 생활 양쪽이 한꺼번에 지원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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