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증손자들과 함께 고등학교 진학
2년간 하루도 결석한 적 없어
지난 2월 26일 중학교를 졸업한 지상은(사진) 할머니는 올해 85세로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생 중 최고령이다. 배움의 길에서 떠난 지 70년이 지나서야 다시 공부를 시작한 때가 2년 전, 그의 나이 83세 때였다. 처음에는 남편과 자녀들이 찬성만 하지는 않았다. 지 할머니의 연로함을 걱정해 반대도 했지만 평생 목말랐던 공부에 대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평생 공부하고 싶었는데 이런 길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갔습니다. 아침에 부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자면 힘들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을 몇 대씩 그냥 보내기도 했죠.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게 좋아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도 왕언니라고 위해주었고요.”
지 할머니는 최고령 학생이지만 학교에 진학하기 전부터 미국에 있는 시동생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식 할머니’다. 중학교 1년 때는 공부한 지 한 달 반 만에 한자능력시험 6급에 합격했고, 컴퓨터 타자 실력도 수준급이다. 공부하는 재미와 주변의 권유로 올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중학교만 마쳐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증손자 2명이랑 함께 고등학생이 됩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공부할 겁니다. 나이 때문에 겁먹고, 주저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에게 제가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배우는 것에 주저하시는 분들이 용기내서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교장 이선재)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부터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올해 일성여고 276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해 7년 연속 졸업생 100%가 대학에 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