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 중 가장 큰 것은 어디에 있는 무엇일까? 작가는 누구일까? 그 크기가 한반도 넓이의 일곱 배나 된다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까? 

크고 멋진 건축물을 머릿속에 떠올린 이들이 있겠지만, 실망스럽게도 정답은 바다로 모인 쓰레기 더미. 위치는 하와이 북쪽 바다, 재료는 플라스틱, 이름은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린다. 

북태평양 연안의 나라들에서 버려진 페트병, 장난감, 칫솔, 어망 등 플라스틱 제품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모여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플라스틱 일회용품들로 그 양은 1억톤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생산에 있어 세계 4~5위를 차지하는 대량 생산국이니, 그 많은 쓰레기 중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상당할 것 같다.

플라스틱은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로 만든다. 원유 생산량의 약 8%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고갈되어 가고 있는 귀중한 자원인 석유가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져 잠깐 쓰이다 썩지도 않고 자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전락해버리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바다에 버려진 석유는 페트병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어마어마한 양이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 플라스틱’, 즉 크기가 1㎜ 미만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말한다. 해안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빨래하면서 떨어져 나온 폴리에스테르와 아크릴 섬유 성분이 하수구를 통해서 흘러든 것으로 밝혀졌다. 세탁기로 빨래를 할 때마다 옷 벌당 1900개 이상의 섬유조각이 배출된다는데, 인구와 합성섬유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마이크로플라스틱에 의한 오염도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나 어류 등 해양동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해 삼켰다가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해양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알고 먹거나 어망 등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크로 플라스틱들은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위장으로부터 순환계로 흘러 들어가 세포에 축적된다. 먹이사슬로 유입된 오염물질들은 최종적으로 식탁에 오르게 될 위험성이 크다. 결국 화는 인간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플라스틱 시대다. 석유로 인해 가능해진 플라스틱 시대, 자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인간들이 남긴 썩지 않는 유물들의 위험성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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