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고장 나고 부품 납품 비리가 또 터지는 등 원자력발전소가 국가 전력 상황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지난해 철저한 안전 관리는커녕 무려 10년간이나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짝퉁 부품’들이 대량으로 공급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가동이 중단된 핵발전소가 여럿이었다. 그런데 최근 또 들통이 났다. 이번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외부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작년엔 납품업체가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번엔 시험 검증기관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위조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고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는 것이다.

폭염이 예상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데, 계획에 따라 정비를 위해 멈춘 것도 있지만, 비리가 들통 나 가동 중단된 것까지 총 10개의 원전이 멈춰버린 상황이다. 전력난은 이미 봄부터 심각했는데, 설상가상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더 필요하다던 원자력발전소가 실은 전력난의 주범이라는 지적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전탑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경남 밀양에 다녀왔었다. 전국에서 모인 이들이 많았다. 송전탑 건설을 위한 벌목 공사가 진행되는 가파른 산에 아픈 다리를 끌고 기어올라 나무를 끌어안고 전기톱을 온몸으로 막고 계신 어르신들 이야기에 모두 함께 울었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포클레인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평생 가꿔온 논과 밭을 파헤치자 온몸을 불살라 공사를 중단시키신 이치우 어르신의 동생, 이상우 할아버지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울 가 보니 어디든 한밤중에도 환하게 불 켜놓아 마치 꽃밭 같았다. 그 전기만 안 써도 전기는 안 모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데 전기를 쓰려면 거기에 발전소를 지어라.”

남편과 두 어린 딸을 비롯해 온 가족이 함께 밀양을 찾았던 한 주부는 “수도권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고압의 송전탑이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도시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도시에 살면서 무심하게 전기를 써왔는데, 그런 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밀양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고 눈물 흘리며 각성한 시민들의 실천은 그 이웃들에게로 번져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반성해야 할 이들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 원전에 의존해 중앙 집중식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정책을 고수하며 많은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그들, 전력난을 일으키고 있는 주범들은 자기 잘못을 깨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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