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활동은 종종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킨다. 때론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뜨리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그런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업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래서 소비는 지갑 속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행위라고도 한다. 나의 소비행위가 환경과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도록 인간과 동물, 자연,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윤리적 소비라고 한다.

대형마트가 아니라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도 윤리적 소비의 대표적 행위로 이야기된다. 이는 대기업보다 중소상인을 돕는 소비행위라는 의미 외에도 에너지 측면에서도 중요한 실천이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면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보다 식재료가 생산지에서 판매처로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을 2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대형마트는 대량 구매한 상품을 창고로 들여보냈다가 다시 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유통 거리와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에너지야말로 윤리적으로 소비해야 할 대상이다. 에너지의 생산과 운송, 전달, 소비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환경 파괴와 불평등, 착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에너지 소비를 윤리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이 거의 없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 소비자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 집에서는 태양과 바람으로 생산한 전기만 쓰겠다고 신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 시행되는 ‘그린 프라이싱’이라는 선택형 녹색전력요금제는 소비자가 희망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력은 기존 화석연료나 핵발전소 전력보다 값이 비싸다. 그러나 조금 비싸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애용하고, 한 푼이라도 보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생산과 물류 전 과정에서 100% 풍력발전 에너지만 사용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아베다와 같은 기업도 있다.

국내에도 그린 프라이싱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에너지의 윤리적 소비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 제철회사가 철광석을 전기로 녹이는 고로를 새로 만들면 국가적으로는 대형 발전소를 더 짓고 송전탑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고통에 빠지고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는데, 그 기업은 전기요금을 더 내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해보자는 것이다. 자가발전 시설을 늘려 대정전의 위기와 전력난 극복을 돕는 일을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으로 칭찬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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