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지식과 플랫폼에 대한 정당한 평가 필요
과거의 집착 버리고 '내일의 게임' 준비해야
“박근혜 정부와 참모진에 실망했습니다.”
최근 세계 IT사업을 선도하는 굵직한 인물들이 연달아 한국을 찾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구글 최고경영자(CEO) 레리 페이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새 정부에 대한 인사와 한국 기업의 방문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이사도 그중 한 명이다. “이들의 이번 방한은 기회였습니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CEO들에게요. 청와대 참모진이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중소기업과의 만남을 주선했을 겁니다. 빌 게이츠가, 페이지가, 저커버그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표들과 사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이번 말고 또 있었을까요?”
이금룡 회장은 1977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문 이사를 거쳐 1999년 ‘옥션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그는 국내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이다. 2003년 이니시스, 2005년 넷피아에 이어 미술품 경매사이트 오픈옥션 그리고 2007년 사재를 털어 코글로닷컴을 설립했다. 코글로닷컴은 해외 한인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포털이다. 그는 2005년부터 8년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벤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중소기업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CEO의 방한 결과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2006년 코글로닷컴 창업 후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중국은 알리바바가 있고, 일본은 라쿠텐이 있습니다. ‘그럼 한국은?’이란 질문에서 코글로닷컴이 시작됐습니다.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쉽고 빠르게 알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인프라를 가진 한국이기에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대기업의 사고방식은 ‘부동산’ 중심입니다. 온라인 투자에 인색합니다. 이베이는 옥션 인수에 3000억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파격적 금액이었습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지식과 플랫폼에 대한 평가를 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지식과 콘텐츠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는 사람이 극소수입니다.”
기업 유리천장 여전… 여성 CEO 더 많아져야
이금룡 대표가 ‘생각하는 CEO’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는 CEO들을 위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이것이 어떻게 인간에게 유익한가, 나는 성공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얼마전 은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수많은 우승을 일군 명장입니다. 그런데 그의 집에는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습니다. 첫 우승 때 진열해 놓은 트로피와 상장을 기분 좋게 쳐다보는데 부인 캐시가 ‘여보 나는 당신이 우승 트로피와 상장을 보면서 과거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일의 게임이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퍼거슨 감독은 어떤 우승 트로피도 집안에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득권 세력이 너무 강합니다. 새로운 제안이 들어갈 틈이 없죠. 내일의 게임이 아닌 과거의 게임에 연연하죠. 사람을 봤을 때 ‘너는 무엇을 잘하는가’를 떠올려야지 ‘너는 몇 등이냐’가 떠올리면 안 됩니다.”
이 대표는 “남성보다 감성이 크게 발달돼 있는 여성을 사회에서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란 역사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높습니다. 여성 CEO가 많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성CEO창업과정 개설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공계 출신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과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전 인천공항 사장)을 꼽았다. 삼성물산 선배들로 동고동락하며 바라본 그들의 공통점은 ‘소통’이란다. “두 분은 직원들의 보고를 ‘재판’하지 않는다. 우선 듣고 그리고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존경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금룡 회장은 ‘선효과’를 믿는다. 바라는 것 없이 선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는 그는 이미 선효과를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