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단체장이 절대적 프리미엄 가질 것… 기득권 지키려고 정치개혁 ‘포장’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 약화… 대표성 위기 온다
“돈 선거, 불법선거 판칠 것… 위헌소송 불가피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강력하게 싸우겠다”
“정당이 책임정치 회피하는 것… 대통령 공약이라도 잘못된
공약은 수정하는 용기… 필요 대통령이 결단 내려야”
“지역에서 생활 정치, 맑은 정치, 평등 정치로
인정 받는 여성의원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
“여성단체와 여성의원, 학계 연대해 범국민 연대 만들자…
유권자들이 청와대와 국회, 여야에 청원해 폐지 막아야”
“2014년 지방선거 타킷으로 남녀동수연대 재발족을…
여성 대표성 위기 온다는 것은 여성대통령 명분 잃는 것”
김형준=민주당의 전체 당원 투표 결과가 참담하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가져올 재앙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을동=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단절, 돈 선거와 같은 불법 선거뿐 아니라 후보자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구도가 강화되면서 인물과 정책 중심의 선거보다 오히려 다른 후보자를 겨냥한 네거티브가 두드러지는 소모적 선거전이 빚어질 수 있다. 또 유권자는 검증된 후보 선택을 위해 검증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 무엇보다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참여가 약화돼 정치 발전이 가로막힐 수 있다.
유승희=정당공천 폐지 반대 비율이 32.3%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특히 당에서 오래 활동한 이들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정당공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때의 혼란이 이미 역사적으로 다 검증됐다. 토호가 활개를 치고 돈선거와 부패정치 가능성도 크다. 정당공천제 도입 10년도 안 되어 폐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를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선진국가일수록 정당정치가 발달돼 있다. 스스로 정당을 부정하는 정당공천 폐지는 자가당착이다. 정당공천 폐지는 정당의 책임정치를 회피하는 것이다. 정당을 통해 정치를 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사항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 정치의 프레임에 기존 정당들이 말려들어 지금 잘못된 결론으로 가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해가 분명히 있지만 지금은 정당들이 자구책을 강구해서 셀프 개혁을 하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거꾸로 승자독식주의를 강화하고, 현역 프리미엄을 극대화시킨다. 지역 토호나 재력·조직력이 있는 이들의 독점이 강화된다. 도심 아파트 지역은 베드타운인데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가 취약해지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돼 다시 논의할 때 의원들이 책임 있는 결론을 내야 한다.
토호들의 돈 정치 부활할 것
김은주=정당공천제 폐지는 정당정치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다. 지방자치 폐해의 해법이 정당공천 폐지에 있다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정당공천을 할 때는 정당이 일차적으로 후보자 자격을 검증했고 당선된 다음에는 정당이 책임을 졌는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정책을 누가 책임지게 되나. 유권자, 즉 지역주민이 공과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을동=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대안이 없고 무조건 폐지부터 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당개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잘못됐다. 대선 공약이라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기호 표시도 못 하고 누구든지 다 출마한다면 그걸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
김안숙=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기 전인 내천제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후보가 난립하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되지 않았나. 지역 토호세력들의 돈 정치가 극에 달했다. 돈 없고 조직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선거에 뛰어들 여지가 없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정당보다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내천제 당시 유권자는 후보를 검증할 수 없으니 추첨으로 1번과 2번을 뽑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4년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 못한다. 정당공천제에 기반을 둔 할당제를 통해 여성의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여성의원들이 한 자릿수에서 이제 20%를 달성한 시점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다시 한 자릿수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지역에서 생활정치, 맑은 정치, 평등정치로 인정받는 여성의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여성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다.
김형준=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로또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10명 이상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 득표율도 아주 낮을 거다. 후보 10명이 나온다고 할 때 투표율 50%에 득표율이 20∼25%에 불과할 거다. 낙선자가 당선자를 끌어내리려고 불복운동을 할 것이 뻔하다. 여성들은 지역구는 제로, 비례대표만 나올 거다. 또 당선자가 탈당해서 출마한 후 선거가 끝나면 복당할 것이다. 특히 현역단체장이 절대적인 프리미엄을 가질 것이다. 기득권을 깨고 정치개혁을 한다지만, 오히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포장하고 있다.
김은주=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비례대표를 유지하자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당 스스로가 정당공천 폐지의 명분을 뒤엎는 역설적 상황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정당공천이 지방자치의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했으면서 정당공천 문제가 단지 지역구에서만 발생했다는 것인가.
둘째는 지역구를 제외하고 비례대표만 정당공천을 하게 되면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는 더 악화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민주당이 정당공천은 폐지하되 정당 표방은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입장은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을 정당이 맡고 있음을 인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정당이 철저하게 책임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정당개혁을 해야지, 정당공천 폐지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나오지도 못하고 국민에게 정당정치가 지방자치 폐해를 부른 것으로 오인하도록 만들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곧 정치개혁이 아니라 공천제도를 비롯한 정당개혁이 곧 정치개혁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강도 높은 정당개혁이 이뤄지도록 새로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만 폐지하면 지방자치의 폐해가 사라질 것이라는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김형준=대한민국 정당은 국가로부터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일상적 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등 두 번을 받는다. 선거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의원들을 공천하고 선거 활동을 하게끔 보조해주라는 의미다. 속된 말로 ‘먹튀’, 정당이 돈은 받고 공천은 안 하겠다는 얘기다.
김을동=지방 토호들이 전횡을 휘두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데 민주당이 전체 당원 투표로 이를 결정지었다는 것은 당권을 포기한 행위다.
김안숙=여성 정치참여 없는 정치개혁은 개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해왔고, 여성 지방의원 모두 같은 입장이다. 지역별로 호남이나 영남지역 의원들의 정당공천제 폐지 찬성 입장도 있지만 공천 과정의 부패고리가 문제이지, 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민주당의 당론 확정에 대해 여성의원들은 분노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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