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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박은경,문순홍,김혜정,박경씨

‘세대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20대에서 60대까지 여성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환경 분야의 여성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여성

중심의 환경모임’을 표방하며 지난 6월 23일 ‘여성환경연대’를

출범시켰다.

“여성환경연대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답게 여러 면에서 특

색을 띤다. 우선 모임에서 사용하는 ‘언어’부터 다르다. 모임의 정

관은 ‘우리의 약속’, 총회는 ‘모두모임’, 대표는 ‘으뜸지기’,

운영위원은 ‘살림꾼’, 운영위원회는 ‘살림꾼모임’, 감사는 ‘지

킴이’, 위원회는 ‘일감모임’, 재정은 ‘살림’ 등 경직되고 관료

적인 조직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일상적이고 친근한 용어들로

바꿨다. 조직도 “연대망으로서 수직적 조직 운영보다는 수평적 운

영을 지향”하고, “기존 환경운동조직과는 달리 중앙조직보다는 지

역조직부터 꾸려지는 형태”다. 또한 “회원간 민주성을 강조하며,

귄위적 체제를 벗어나 자기 잠재력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는” 조직

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건 모임의 대표인 ‘으뜸지기’를 20대부터 60대까

지 세대별로 한 명씩 선출한 것. 5명의 ‘으뜸지기’들은 최고 책임

자의 의미보다는 조직내 ‘끈’역할이다.

60대 이야기

‘여성환경운동의 상징’

“여성환경운동가들의 연대는 95년 북경대회에‘여성과 환경분과’

를 구성해 참여하는 과정에서 논의돼 왔어요. 이제 여성환경운동가

들의 능력이 갖춰진 시기라고 생각돼 의기투합을 해 이번 연대를 만

들게 됐죠.”

‘여성환경연대’의 박영숙(68) 60대 으뜸지기는 환경운동의‘상

징’으로서, 후배들에게 든든한 힘을 주는 존재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실도 그가 소장으로 있는‘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에 마련했

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국제환경정책연구를 하는 등 일찍

부터 환경운동을 위한 준비를 해온, 여성계 대표적인 환경전문가로

통한다. 13대 국회의원시절인 90년에 환경문제 상담을 위한‘녹색의

전화’를 개설해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구를 최초로 만들

었고, 국회를 떠난 후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지금까

지 활동하고 있다.

“여성환경운동은 명망가가 아닌 실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실무자

들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60대 으뜸지기로서 여기에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할 따름이죠.”

50대 이야기

‘경험 전수하는 선배역할’

“50대는 아무래도 2,3,40대 젊은 세대들에 비해 경험이 많으니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40대가

주축이 되고, 2,30대가 행동대로 뛰는 그런 조직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현재 대한YWCA연합회에서 실행위원과 프로그램 및 사회문제위원

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은경(53) 50대 으뜸지기는 인류학자로 대

학 강단에 서는 한편,‘환경'과 ‘자원봉사'에 관한 대중적인 강사로

도 많은 활동을 해왔다.

“고교시절 Y틴 전국연맹회장을 했던 것이 첫인연이 돼 80년대말

YWCA에서 환경위원회, 사회문제위원회 등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시민단체, 농협, 구청 등 전국강연을 다니며 유명‘환경강사'가 돼버

렸어요. 이젠 학교 밖 강의인‘대중강의'에 더 힘쓸려고 해요.”

그가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84년 워싱턴대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다. 미국사람들이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태도, 쓰레기 하나

를 버려도 항상 공동체 개념이 떠나지 않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

었단다. 인류학자로서 인간의 삶이 좀더 좋은 것이 되도록 하기 위

해서는 환경을 연결시켜 생각할 수밖에 없고, 환경을 지키는 데 참

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는 최근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어린이환

경교육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체험학습

위주의 역사·생태교육을 하고 싶단다. 그리고 어린이환경교육 교재

도 쓸 계획이라고.

92년 '생태계의 위기와 녹색의 대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생태’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문순홍 박사(42). 94년 생

태사회연구소 소장과 95년 생명민회 활동을 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

멜번대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치고 귀국, 현재 가톨릭대에서 강의를

하고 성평등연구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40대 이야기

‘에코페미니즘으로 생태와 여성 만남’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가 생태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80년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유럽’연구를 담당할 때부터라고.

“서구에서는 절대주의이론이 퇴색하고 녹색이론 등 다양한 이론 등

이 부상할 시기였어요. 83년 우리나라의 노조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

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죠. 서독 뮌헨대에서 수학하며 노동문제에 대

한 고민을 푸는 과정에서 독일의 정당조직, 특히 녹색당의 등장 배

경에 많은 시사점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의 정치이론의 귀결점이 생

태사상, 녹색론이 된 거죠.”

에코페미니즘의 권위자로 알려진 그는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발행

한 '대화'에 에코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처음 썼고, 93년 민우회에

서 주부교육을 담당했다.

“여성이론에 대한 관심은 생태론을 접하면서였어요. 녹색사상엔 이

미 ‘여성’이 큰 축으로 들어와 있어요. 생태론과 페미니즘은 함께

발전하면서 공존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코페미니즘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구요.”

그는 7년간 독립해서 살다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산다. 그는 생태론

자 입장에서 혼자 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며, 지금은 결혼을 하

지 않았지만 바뀔 여지는 많단다.

30대 이야기

‘선후배 연결하는 허리역할’

“여성환경연대는 5,60대 어른들도 같은 여성으로서 편안한 선배 같

은 느낌을 주는 모임이에요. 형식적인 책임감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

러나는 책임감을 갖게 돼요.”

환경운동연합의 환경조사국장을 맡고 있는 김혜정(36) 30대 으뜸지

기. 그는 91년 낙동강 페놀사태, 94년 낙동강 식수오염 사건,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최근 동강 살리기 운동 등을 통해 대표적인 환

경 파수꾼으로 알려졌다.

“제가 속해 있는 환경련의 2백명 활동가 중 50%이상이 여성활동가

예요. 그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도 큽니다. 여성으로서 환경운동을 하

는 모습을 바로세우고 싶어요. 여성환경연대에서 배우고, 새로 만들

어가는 기회를 삼을 겁니다.”

건국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그가 환경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88

년 졸업 직후, 고향인 경북 울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공해추방운동연합' 활동을 하면서 직업

환경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그가 깨달은 건 “인간만이 중요한 것

이 아니라 풀 한 포기, 흘러가는 물 그 자체로 그 자리에 있을 가치

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인간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

만이 아니라 사회가치를 변화시키는 환경운동은 어느 운동으로도 대

변될 수 없다”는 확신이다. 그는 앞으로 “후배들한테 ‘짬밥’이

아닌 더욱 능력을 갖춘 제대로 된 선배가 되기 위해 부족한 부분 채

워나가고, 40대가 돼서도 부끄럽지 않은 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말

한다. 또한 지금 주도하고 있는 동강살리기운동을 통해 “잘 지킨

환경이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자연에도 좋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그의 과제라고.

20대 이야기

‘젊은 그룹 묶어내는 역할’

“민우회에서 환경센터 실무를 맡다가 여성환경연대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 중

책을 맡게 돼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도 돼요.”

박경(27) 20대 으뜸지기는 지난해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에 입학

한 후 여성학 공부와 함께 민우회에서 자원봉사로 현장경험을 쌓아

왔다. 그는 올해 대학원까지 휴학하고 단체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전라남도 해남이다. 전남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아르

바이트를 하며 대학원을 준비할 만큼 일찍부터 여성학에 전망을 두

었다고.

“대학 1학년때부터 여성문제에 부딪쳤어요. 과에서 남학생 비율이

굉장히 높았고, 대의원을 뽑을 때도 여학생들은 들러리에 불과했죠.

그리고 술자리에 가도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마치 술시중하는 여자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않았죠. 그전까지는 피부로 못 느꼈던 차별이

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은 대학원 준비중 여성신문을 구독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에코페미니즘’ 사상을 소개한 문순홍 선생님과의 인터뷰기사를

여성신문에서 보고 처음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후부터 에코페미니

즘을 공부해 보고 싶었고, 대학원 입학 면접시험때도 제 전망을 그

쪽으로 밝혔어요.”

그는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페미니즘이 주는 시사점이 크

다며 페미니즘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입장이

다. 그는 환경에 관심있고, 참여하려는 20대들이 의외로 많다며, 새

롭게 성장하는 젊은 그룹들을 앞으로 어떻게 묶어낼지가 자신의 고

민이란다. 으뜸지기 임기가 내년 2월까지라 내년에는 대학원에 다시

복학할 생각이라고.

‘여성환경연대’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여성환경활동가들을 발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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