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산업의 여성 고용 7년 새 6.6% 감소
OECD 평균 30%에 턱없이 못 미쳐… ICT 기반 창조경제에 역행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회사에서 10여 년간 연구개발에 앞장섰던 40대 여성 컴퓨터 공학박사 A씨는 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지 3년 만에 정부의 경력복귀 지원사업 덕분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보안체계에 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KT에서 15년 넘게 차세대 통신망을 연구하던 여성 연구원 B씨도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후 현재 경력 복귀를 위해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것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경력단절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가 창출되는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수립하고 온라인 창조경제타운도 만들었다. ‘만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인간과 사물을 연결하는 각종 신산업부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제조업까지 가치 창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정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한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은 열악해 보인다.

정보통신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통신 전문가와 기술직 종사자 가운데 여성인력 비중은 2009년 16.9%에서 2011년 16.2%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8%, 미국의 25%에 훨씬 못 미친다. 기술직의 여성 비율은 1년 차 21.7%에서 10년 차가 되면 절반도 안 되는 10.1%로 뚝 떨어진다.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이 많아 고용의 질이 나쁘고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고용 시장이 반영된 탓인지 공과대학의 ICT 분야 여학생 지원이 줄고 인기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공과대학 여학생 비율은 17.8%(2007년)에서 19.4%(2011년)로 서서히 증가하지만 ICT 전공 여대생 비율은 17.5%(2012년 졸업생 기준)로 평균 이하에 머물러 있다. ICT 산업의 여성 고용 현황은 2005년 32.3%에서 2012년 25.7%로 7년 새 6.6%포인트나 감소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30%(2012년)보다 낮다. ICT 기반 창조경제와는 역행하는 추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ICT 분야는 인터넷과 모바일 열풍에 힘입어 첨단산업으로서 화려한 각광을 받았고 우수 인재들이 앞다퉈 몰렸다. 그러나 요즘은 열악한 근무조건에 철야가 많아 젊은이들 사이에 3D 업종으로 꼽힌다고 한다. 더구나 여성의 경우 출산·육아 등 가정 일과 겹치면 직장과 병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ICT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이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한시바삐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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