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 위기에서 올림픽 첫 진출까지 사연 ‘화제’
맏언니 신미성 돌 지난 딸 맡기고 훈련 전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5인의 도전에 대한민국이 감동했다. 김은지(25), 김지선(27), 신미성(36), 엄민지(23), 이슬비(26·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캐나다와의 경기(4-9)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3승6패를 기록,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서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참가국 중 최약체(세계 랭킹 10위)지만 상위 랭킹인 일본과 러시아, 미국을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1승만 거둬도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팀이다.
대표팀 결성 사연 ‘화제’… 신미성, 2살 딸 친정 맡기고 훈련 전념
대표팀 결성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2003년 출범한 경기도청 컬링팀은 선수들이 출산과 진로변경 등의 이유로 팀을 떠나면서 해체 위기에 놓였었다. 맏언니 신미성만 남아 있던 상태. 이에 정영섭(56) 감독은 고교 졸업 후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해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이슬비와 컬링으로 성신여대에 입학했지만 등록금 문제로 휴학 중이던 김은지를 데려왔다. 중국으로 컬링 유학까지 다녀왔으나 소속 팀이 없어 방황 중이던 김지선도 영입했다. 부모님 몰래 컬링을 하던 막내 엄민지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특히 김지성과 신미성의 사연은 눈길을 끌었다. 김지선은 유학 시절 만난 중국 컬링 대표 쉬샤오밍과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신미성은 2살 된 아이의 엄마다. 갓 돌 지난 딸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훈련에 전념해왔다. 컬링 1세대인 그는 올림픽 첫 무대를 위해 7년간 출산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SNS 응원 열기 이어져…“열악한 환경에서 대단”
대회가 거듭될수록 응원 열기는 뜨거워졌다. 지상파 3사에서 컬링 생중계 시청률은 평균 10% 안팎을 기록했다. 컬링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컬링 규칙’ ‘컬링 순위’ ‘컬링 스톤’ 등의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연예인들과 국민의 응원도 쏟아졌다. 가수 이효리는 트위터에 “우리나라 컬링 선수들 너무 잘한다. 그리고 귀여움”이라는 글을 남겼고, 그룹 2AM의 진운은 “안타깝지만 너무 잘한다. 대한민국 컬링대표팀 너무 멋졌다”라고 칭찬했다. 작가 이외수도 트위터에 “첫 출전한 여자 컬링 경기에서 섬세한 감성을 발휘, 12 대 7로 일본을 격파했다.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한국 여자 컬링팀이 대한민국 안방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올림픽 데뷔 무대를 인상 깊게 마무리했다(아이디 pirami***)” “훈련시설 많이 개선해달라(leeseul0***)”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단하다. 평창에선 더 멋진 모습 보여주길(fhle***)” “참으로 고맙고 수고했다(fefe***)”고 이들을 격려했다.
평창 갈 길 멀다…훈련환경 개선·지속적인 관심 필요
소치에서 희망을 봤지만 평창까지의 길은 멀기만 하다. 국내 훈련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등록 선수는 600명에 불과하고, 전용 연습장은 태릉선수촌 훈련장과 경북 의성 경기장 두 곳뿐이다. 이조차 태릉은 컬링 전용 빙판이 아닌 일반 빙판이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방송을 듣는다면 컬링장 하나 지어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전용 연습장 11개에 등록 선수만 50만 명에 달한다. 컬링 강국 캐나다는 전용 경기장이 1000개다.
최근엔 태릉선수촌의 식사 차별도 도마에 올랐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대표팀은 그동안 태릉선수촌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외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촌 내 전용 경기장이 없거나 선수촌 수용 규모에 따라 촌외 종목으로 지정됐기 때문. 대표팀은 또 선수촌 내 숙소를 배정받지 못해 근처 모텔을 전전하며 훈련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맏언니 신미성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응원을 당부했다. 그는 캐나다 경기 종료 후 “올림픽 첫 출전인데 국민 성원에 힘입어 3승을 했다”며 “정신력과 경험, 작전, 샷 성공률 등을 보완하면 평창에선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평창 대회까지 컬링을 계속 사랑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