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가득한 베이징 거리에서 한 중국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진공청소기나 마찬가지예요. 호흡하면서 먼지를 다 빨아들이니까요.”
얼마 전 TV 뉴스에서 본 베이징 시민의 자조 섞인 이야기였는데, 소름 끼칠 정도로 적나라한 표현이라 뇌리에 박혀버렸다.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 진공청소기가 된 느낌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 베이징 시민을 괴롭히던 그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빠르게 이동해 왔고, 올겨울 최장 시간 동안 최악의 농도로 우리 주변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뿐 아니라 세균과 곰팡이도 득실거린다는 소식에 숨쉬기가 더 불안해졌다. 3~4월에는 황사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들으며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언제쯤 걱정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과연 먼지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사실 우리는 먼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단적인 예로, 물의 순환은 물을 응결시키는 먼지 입자 없이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먼지 입자는 얼음 형성의 핵이고, 구름과 빗방울도 먼지 입자인 응결핵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뒤에야 일주일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미세먼지 농도가 겨우 낮아졌는데, 그 비도 결국 먼지가 없으면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먼지의 80~90%가 자연적인 먼지다. 이런 먼지는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 예컨대 사하라에서 일어난 먼지바람은 해양에 철분을 공급하는데, 이 철분은 플랑크톤 형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황사에는 석회 성분이 섞여 있어 산성비를 중화시키고 토양의 산성화를 막아주며, 마그네슘과 칼륨 등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도 토양에 공급해준다.
문제는 산업 발전, 냉난방과 교통수단 등을 통해 인간이 배출하는 먼지들이다. 각종 중금속과 오염물질 섞인 위험한 먼지들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먼지를 결국은 스스로 진공청소기가 되어 들이마시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에너지 낭비 습관을 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