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는 농촌 여성들이 만든 유기농이나 토종 식재료 등을 도시 여성들에게 팔 수 있도록 판로를 넓히고자 애쓰고 있다. 연구원장이 웬 판로 개척이냐고 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최근 우리 연구원에서 전국 주민자치위원회에서의 여성 위원 40% 이상 확보와 여성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농촌 곳곳에서 만나는 여성들로부터 판로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농촌 사회에서 여성 농업인은 농촌 인구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농촌 경제 발전에 핵심 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본격화, 귀농·귀촌 여성의 급격한 증가, 결혼 이주여성과 북한이탈 여성 증가도 농촌에 새로운 여성인력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농업의 경우 축산, 농수산물 가공 등 복합 영농으로 생산 유형이 다양화되고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등이 시행됨에 따라 여성 농업인의 활동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여성 인적자원의 농촌 유입은 농촌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농촌의 고령화 문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지만 농촌 관련 정책에서 여성 농업인에 대한 육성정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여성 농업인은 가정주부 또는 농업 보조자의 위상으로만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농업부문과 농촌 경제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력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과 열악한 농촌 현실 탓에 농촌여성들은 그 역량을 발휘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농업인으로 불려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농업인은 ‘부녀’ ‘부녀회’ ‘농촌 부녀’ 등으로 불리다가 19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농촌 지역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 가사에 종사하는 가정주부를 농촌 여성 혹은 여성 농업인이라는 혼합된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농업과 농촌 환경이 변화하면서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이 늘었고 농업인으로서의 직업적 지위 향상 등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여성 농업인도 제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2001년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제정을 통해 중앙 및 지자체별로 여성 농어업인 육성을 위한 5년 단위의 기본 계획을 수립해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 경영능력 향상, 모성보호, 보육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3년 현재 전국적으로 39개가 설치된 여성농업인센터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특성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읍면 지역에서 여성 농업인을 위한 교육, 영유아 보육, 상담, 도농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낸 ‘여성 농업인 역량 강화 방안: 여성농업인센터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농업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여성의 리더십, 조직 관리, 경영자로서의 능력, 지역사회의 여성 농업인을 조직하는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정책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3년 현재 50개 도시로 확대된 여성친화도시를 잘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영월, 영주 등에서 여성친화도시 포럼을 열었는데 지역의 생태환경을 고려한 사업 발굴, 지역 여성일자리 창출에 여성친화도시가 기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농촌주민자치위원회에서 여성들이 40% 이상을 차지하기 바라며, 여성 농업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농업기술 교육이라는 조사연구를 상기하면서 이들을 위한 기술교육과 지원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