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다. 민주정치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가에서는 공청회를 전형적인 주민 참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공청회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요한 제도이자 절차다.

에너지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국민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책 수립 과정에도 당연히 의사소통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적용돼야 한다. 에너지정책의 의사결정을 시민이 하는 것을 에너지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진행된 법 개정은 에너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국무회의에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경우 공청회를 열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기사업자가 발전소나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시행해야 하는 설명회,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열리는 공청회가 2회 이상 무산될 경우, 이를 개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전기사업법상 설명회와 공청회의 개최 회수도 1회에 한정돼 있고, 모든 계획이 완성된 이후 진행되는 형식적인 절차라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한 번뿐인 공청회가 끝나면 더 이상 의견 수렴의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되므로, 발전소나 송전탑 건설 계획에 대한 이견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공청회장에서 시위나 단상 점거 등을 통해 강력한 의사를 표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공청회가 무산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공청회가 2회 이상 무산됐다면, 해당 정책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 설득을 위해 더욱 힘써야 마땅하다. 계획 수립 과정부터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공청회를 생략하도록 한다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사건에서는 무책임하고 오락가락한 모습만 보이던 정부가 우리 사회 중요한 갈등 가운데 하나인 발전소·송전탑 문제에 있어 이렇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감할 수밖에 없는 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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