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8 34주년 기념식을 둘러싸고 정부와 광주 전남 시민단체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금지와 대통령 불참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념식 행사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5·18 전야제를 전면 취소하고 야외 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5·18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키고 확대시킨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해 5·18 세대라 할 정도로 5·18의 의미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5·18에 여성들은 취사활동, 선전활동, 모금활동, 그리고 가두 선문 방송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했다. 여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기여한 것은 5·18의 정신을 전국적으로 알린 것에 있다. 항쟁 직후 정부는 강압적으로 침묵을 강요했다. 그런데 여성들은 이 침묵을 깨고 새로운 전진을 시작했다.

5·18 이후 저항운동은 직접 피해자인 구속자와 유가족에 의해 전개됐다. 구속자 가족들은 ‘구속자 가족회’를 결성한 후 구속자 석방과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부인과 어머니들이 있었다. 새로운 5월 운동은 여성들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은 구속자 석방운동, 사형수 구명운동, 항쟁 진상 알리기, 전두환 광주 방문 저지운동, 대법원 사형 확정 판결 시의 ‘김수환 추기경 사무실 농성’, 1심 재판 당시의 ‘법정 저항운동’ 등을 벌였다. 이후 구속자가 모두 석방된 후 구속자들은 유가족과 부상자들과 함께 1984년 ‘광주구속자협의회’를 결성했으며, 1985년에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조직됐다. 1987년에는 ‘5·18 광주민중항쟁동지회’가 결성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화 운동의 확대 과정이었다. 이러한 전진을 위해 첫 발걸음을 뗀 이들이 여성이었다.

우리 여성들은 역사의 새로운 물꼬가 막혀 있을 때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오늘도 우리 여성들은 앞장서서 노란 리본을 달고 촛불을 들고 있다. 온 국민을 비탄과 절망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리본은 분명 우리 사회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꾸어 놓고 말 것이다. 5·18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전진에 앞장섰던 것이 여성들이었던 것처럼, 오늘 전국 각지에서 노란 리본과 촛불을 든 여성들은 분명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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