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安倍) 정부가 ‘고노(河野) 담화 검증’을 발표’해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 문제 부정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가 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정부는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서 법률전문가·언론인 등 지식인 5명이 분석한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사이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일 간 문안조율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적시하면서 담화 작성과정에서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당국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문안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담화를 수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이 점을 한국 측에 설명해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과 일본의 식민 지배 및 침략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함께 한일 관계의 토대를 이루는 근간이 되어 왔다.
고노 담화에는 한일 정부가 문안 조정 사실을 공표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일본이 고노담화 작성 경위에 대한 검증 의사를 밝히자 우리 정부는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일본측은 이를 무시하고 정부 간 외교협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이를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위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일임을 누차 강조해왔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지난 3월 한미일 정상회담의 형식으로 한일 양국 정상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만난 것은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4월부터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역사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노담화가 한일 간 합의를 이루었다는 인식을 주는 검증 결과로 ‘담화 물타기’를 시도해 양국간 외교관계에 당분간 냉각기류가 지속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