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의 80% 직원들과 나눠...송년회 파티에만 1억원 써
결혼·출산 지원금 1천만원...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육아지원 제도 정비 계획 세워

결혼·출산 지원금 1000만원, 조식·중식·석식 제공, 간식 카페, 점심시간 1시간 30분, 육아휴직 2년, 여름·겨울 5일씩 휴가, 연 4회 백화점 의류 쇼핑, 연 2회 15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 제공…. 대한민국에 이런 회사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꿈에나 있을 법한 이곳을 만든 주인공은 안준희(32·사진) 스마트TV 앱 전문 업체 ‘핸드스튜디오’ 대표. 매출의 80%를 직원에게 나눠준다는 안 대표의 신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 대표를 만나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핸드스튜디오 제공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핸드스튜디오 제공

“아깝다는 생각이오? 해본 적 없어요. 간혹 부모님께서는 ‘돈이나 모으라’고 말씀하시지만…(웃음). 추가 상여금을 준다든지, 설 선물을 더 준다든지, 이익이 남으면 어떻게든 직원에게 씁니다. 송년회 연말파티만 해도 하루에 1억원을 씁니다. 보통 기업은 직원들에게 올해 참으면 내년에 보상해주겠다고 말하는데, 행복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지금 당장 행복해야죠. 그래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20%가량의 유보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직원과 나누려 했습니다. 저는 이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5년 차로 접어든 핸드스튜디오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전문 기업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앱은 200개. 지난해만 40억원 매출을 올렸다. 삼성·SK·아마존·네이버 등이 주고객이다. 부채도 없다. 아직까지 업계에서 큰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 중이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핸드스튜디오 아크홀. 직원들이 낮잠을 자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핸드스튜디오 아크홀. 직원들이 낮잠을 자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한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금융권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대기업의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가 싫어서다. 그는 이후 3년여간 공장, IT 업계 등 세 차례 직장을 옮겼다.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나름의 경영철학도 생겼고, 그 기간 핸드스튜디오 창업 멤버 3명을 만났다. 안 대표는 3년 동안 번 5000만원과 친구에게 빌린 5000만원을 합쳐 1억원의 종잣돈으로 친구 4명과 함께 핸드스튜디오를 창업했다.

핸드스튜디오의 각종 복지에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대부분 안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결혼·출산 지원금’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안타까워서, ‘백화점 쇼핑’은 일에 치여 옷을 사러 갈 시간이 없으면 옷을 사주겠다며 도입했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구글’이라는 입소문도 났다. 실제 회사 입사 경쟁률만 해도 200 대 1에 이른다. 안 대표는 “이력서에 회사의 ‘복지’를 언급하는 단어가 한 줄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뽑지 않는다. ‘복지’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복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다니면 안 된다”며 “자기가 맡은 전문 분야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대학 시절 학점과 학교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직원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봉사활동에 나서서 지친 일상을 탈출하는 ‘Hands-up day(핸즈업데이)’. ⓒ핸드스튜디오 제공
한 달에 한 번 모든 직원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봉사활동에 나서서 지친 일상을 탈출하는 ‘Hands-up day(핸즈업데이)’. ⓒ핸드스튜디오 제공

최근 그는 ‘육아지원 제도’를 정비해 새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위로 누나가 세 명이 있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 여성’이 됐죠. 그래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아이가 있는 여직원은 없지만, 육아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다가올 날이 오겠죠.” 현재 핸드스튜디오의 직원수는 38명. 이 가운데 여직원은 17명이다.

그에게 최근 화두가 되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안 대표는 “안타깝게 보는 정책 중 하나”라며 “의도와는 달리 (정부가) 제대로 활용할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일·가정 양립의 대안으로 내놓은 건 일명 ‘삼가작통법’.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단다. 

“아직까지 아이를 키우는 여직원이 없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에 대한 고민이 생기겠지요. 아이를 가진 직원 3명씩을 묶어서 1명씩 돌아가면서 휴무를 내 풀타임 보모와 함께 교대로 아이를 돌보는 방안 등을 찾고 있어요. 한 직원당 보모 한 분을 지원하는 건 힘들겠지만, 두세 명을 묶어 회사에서 지원하면 큰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안 대표는 기업의 임원단을 대상으로도 강의를 종종 나간다. 물론 항간에는 이런 식으로 하다간 회사가 오래 못 갈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대외적으로 한국의 기업문화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피드백이 온 것 같다”며 “‘도전 받았다’는 분도 있었다. 현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부분 대기업에서는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CEO의 생각만 바뀌면 되니까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가 좋다고 위대한 기업이라고 말하면 안 돼요. 행복은 늘 상대적이니까요. 복지가 아무리 많고 잘 돼 있어도 그보다 마음의 기준이 더 높으면 더는 행복한 직장이 아닌 거죠.”

앞으로 안 대표는 스마트TV 시대를 뒤흔들 만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스마트TV 저변에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농담 삼아 ‘언젠가는 100억은 하겠지’라고 창업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습니다만, 매출 목표는 세우지 않는 게 회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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