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큐레이터 사퇴 /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인 광주정신展에 세월호 참사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작품 세월오월
책임큐레이터 사퇴 /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인 '광주정신展'에 세월호 참사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작품 '세월오월' ⓒ뉴시스·여성신문

‘책임큐레이터 사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 전시가 유보된 것과 관련해 광주비엔날레의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했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시 파행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광주비엔날레 측은 전시와 강연, 퍼포먼스로 구성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개막하면서 5·18 당시 시민군 출신인 민중화가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세월오월은 광주정신으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림에서는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가라앉은 세월호를 들어 올려 희생자가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시는 “광주시의 예산지원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에서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림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홍 작가는 개막 당일 허수아비로 표현된 박 대통령의 모습 위에 닭 그림을 붙인 수정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광주비엔날레 측은 결국 전시를 유보키로 했다. 홍 작가는 박 대통령을 풍자한 부분에 대해 수정을 지시하고 작품 전시를 불허한 광주시 행정부시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윤 교수는 “책임 큐레이터로서 부분적 수정을 제안했고 작가의 동의하에 수정 작업을 거쳤지만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세월 오월의 전시 유보는 책임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과 광주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떠한 문제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광주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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