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폐인 사회적기업 ‘오티스타’ 박혜성 이사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꾸려가는 사회적기업

 

자폐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의 박혜성 이사.
자폐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의 박혜성 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폐는 보통 자기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지죠. 제 목적은 이들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지 않고 살아가는 거예요. 함께 살아가되 독립적으로요.”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에겐 소중하고 참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12일 만난 특수교육 전공자들에겐 실현 가능한 미래이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근처 오티스타(AUTISTAR) 사무실에서 특수교육, 그중에서도 자폐로 박사과정 중인 박혜성(36) 오티스타 이사를 만났다.

오티스타는 자폐를 가졌지만 일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재능을 개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자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한다.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 사이에선 벌써 관심 대상이다. “어떻게 준비하면 오티스타에서 우리 아이가 일할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 전화가 오기도 한단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특수교육 전공자들이다. 자폐인들이 돈을 벌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꾸준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2년 이화여대 산학협력 활동으로 시작,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자폐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의 박혜성 이사.
자폐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의 박혜성 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보통 대학원 연구자들은 학회나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오티스타 멤버들은 그렇지 않다. 박사과정 중인 박 이사도 자폐인들의 디자인 제품을 홍보하고 설명할 자리를 찾아다니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폐인을 고용해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면 어려울 것이란 예상에 “별로 힘든 점이 없어요. 굳이 찾자면 박사과정이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게…”라고 말했다. 자부심도 보였다. 오티스타 디자이너 제품을 본 사람들이 “실력이 저보다 낫네요”라고 말할 때 “당연하죠. 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이너 제품이잖아요”라고 답한다고 했다.

자폐가 있는 디자이너 조상협(27), 우원경(26), 천재윤(21)씨 모두 이화여대 산학협력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폐가 있지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직업 활동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자신들처럼 자폐를 가진 학생들이 손으로 그린 그림을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하고 제품에 입히는 작업이다. 제품 속 그림은 숫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알파벳이 되기도 했다. 색색의 그림엔 그들만의 세계가 녹아 있었다. 머그, 접시, 하얀색 티셔츠, 에코백 위에 얹힌 그림들은 단순한 모양의 꽃부터 스시가 지붕인 집, 요가하는 여우 등 하나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오티스타 디자이너 조상협(27)씨와 박혜성 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티스타 디자이너 조상협(27)씨와 박혜성 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디자이너 상협씨는 오티스타에서 근무하면서 지난해부터 SK플래닛의 CSR팀 정식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지원으로 대기업과 인연을 맻었고 결국 입사까지 하게 됐다. 처음에 이곳에서 일하러 오겠다고 왔을 때만 해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게 첫인상”이었다. 상협씨 스스로도 일하면서 많이 변화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자폐인데 스스로 자폐란 카테고리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라고 경어체로 말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만 SK에 출근한다. 한꺼번에 근무 일수를 늘리기보다 점차 늘려나가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 외 요일엔 오티스타에서 그림 디자인 작업을 한다. 그는 “요즘 할 일이 많습니다. 복잡하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컴퓨터를 다루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박 이사는 자폐를 가진 이들을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자폐는 그 자체가 사회의사소통 부족 장애로 불리는 만큼 상호 이해가 있다면 일반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자폐 정도가 경도라면 지적으로 일반인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오티스타에서 교육은 이뤄지겠지만 기업 활동까지 제대로 잘 이뤄질까란 의문에 박 이사는 “기업적인 측면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죠. 제품 생산 때 최소 수량이란 게 있는 것도 몰랐으니까요”라고 말한 뒤 멋쩍게 웃었다. 이어 “그래도 저희 취지를 알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고요. 저희 접시나 컵은 한국도자기에서 공장 생산을 도와주셔서 어느 정도 퀼리티가 보장되고요. 제품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제품 기획전이 열리면 직접 참여해 홍보하고 있다.  

“자폐 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그림을 좋아하는 아들인데 학교 졸업 후 닭을 포장하는 공장에 보내려고 하셨대요. 그러다 저희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하면서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고 지금은 디자이너란 꿈을 꾸고 있어서 무척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상협씨는 “나중에 개인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면서 실력을 키워서 웹툰을 그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가 전한 자폐아 부모의 말처럼 꿈을 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