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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 접속한 상태에서 정확히 21초가 경과한 순간 모니터에

떠오른 초록바이러스들이 화상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재차 시도 후

정확히 22초가 경과하면 초록거미가 화면 전체를 덮어버린 후 접속

이 끊어지고, 세 번째 시도하여 23초가 경과하면 초록물고기가 등장

하여 초록비늘이 마구 요동치다가 초록공룡으로 변신한 후 눈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다가 이윽고 시스템이 멎어버린다.”

당신이 만약 이 단계에 들어섰다면, 여기서의 분노는 백해무익일

따름이니 절대로 절대로 분노하지 마시라. 만약에 이성을 잃어버린

채 컴퓨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시스템 복구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이미 당신의 파멸이다. 당분간은 굳게 마음을 다잡고 절대로 컴퓨터

에 손을 대지 마시라. 만일 어떻게든 컴퓨터를 정상으로 복원시켜

가동한다면, 당신은 결국 또 포르노피아로 빨려들 것이고, 그 다음

차례는 정말로 치명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포르노버그 극성에

UN과 인터폴 수사 착수

멎어버린 시스템 속에서 초록공룡은 이미 아름다운 여신(女神)의

자태를 취한 초록사이보그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유

혹할 것이다. 호기심 많은 당신의 눈에서 뻘건 불이 뿜어져 나올 때

까지 현란한 자태를 바꿔가면서... 그러나 더 이상 평화로운 밤은 기

대하지 마시라. 눈에 불을 켜고 이를 경험한 후유증으로 불면과 성

욕감퇴, 의기소침, 심지어 기억상실의 증상까지 동반된다는 보고가

있다.

때마침 연말연시, 모니터 밖으로까지 뛰쳐나온 포르노 버그로 인해

수면제와 비아그라를 찾는 환자들로 전 세계의 병원과 약국은 문전

성시를 이루었고, 뉴욕 증시에서는 이를 생산하는 P 제약회사의 주

식이 폭등을 했다. 이에 따라 UN과 인터폴은 이러한 바이러스를 제

작·유포한 조직이 다국적 기업인 P 제약회사와 모종의 계약 관계

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비밀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한편, 반경 4Km 범위 안에서 5백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통신

에 접속하여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

우, 시속 2백Km 이상의 강풍으로 주변의 나무가 뽑히고 지붕이 날

아가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인과관계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정보 흥신소로 발돋움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연구

원들에 의해 규명되었다. 이러한 사태가 꼭 자정을 넘긴 시각 인구

가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기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이들

은, 하던 작업을 얼른 멈추고 이러한 추론을 공표하였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창문이 반 이상 파손되고, 수백 년 넘은 고목 6

백여 그루가 뿌리째 뽑히는 등, 최근 서유럽에 몰아닥친 강풍의 원

인 조사를 하던 기상변화 연구팀은 한국에서 발표한 이 야릇한 원인

규명에 심한 유감을 표명했으나 결국 무릎을 탁 치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한편 ‘여성과 어린이가 지구를 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새 밀레니엄과 함께 개국한 위성 방송 GAIA는 예정되었던 개국 축

하 프로그램을 모두 연기한 채, 엄청난 기세로 전세계 통신망을 타

고 유포되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활동과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다루

고 있다. 초록바이러스, 초록거미, 초록물고기, 초록공룡, 초록사이보

그의 활약과 이들 진화의 다음 단계는 어떤 양상일지에 대해 빌게이

츠와 네그로폰테 등 정보통신 분야의 거두들과 인터뷰를 했으나 도

무지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자, 이들은 지구 오지에 사는 원주민 여

성과 토착 무당을 대상으로 원초적 본능에 의존한 답을 구하는 현지

중계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구의 진화는 약육강식이라는 정복의 논리가 아니

라 상호의존과 공생을 통해 비약의 전기를 이루었다는 ‘세포내 공

생설’의 창시자 린 마굴리스가 21세기의 신과학인 에코페미니즘의

해설자로 데뷰하면서,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는 진화’ 프로그램

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세계 텔레비전 시

청자의 채널을 잡아 놓은 탓에 CNN은 물론 영국 BBC, 독일 ZDF,

일본 NHK 등 세계적인 방송사의 정규 프로그램들까지 중단 내지는

개편하여 린 마굴리스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추적 프로를 긴급 제작

방영하는 실정이다.

여성방송국 가이아

CNN합병 초읽기

그녀가 어머니이신 대지, 가이아 여신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에

몰두한 이십 여년 동안 남성 동료들로부터 ‘막되먹은 고집불통’이

라는 비난과 조롱을 감수했던 사연은 물론, 칼 세이건 추모 특집이

라는 명목으로 ‘코스모스’라는 책을 비롯하여 얼마 전 조디 포스

터가 열연한 '컨택트'의 원작자로 아름다운 외계와 심오한 내면의

만남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 그녀의 첫남편 카알 세이건이 말 잘하는

과학자에서 글 잘쓰는 대중 스타로 변모할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

또한 그녀였다는 사실까지 방송의 소재로 채택되어 방영된 것도 그

녀의 인기를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같은 주제를 다른 식으로 따져 보기’라는 상설 프로그램에

서 외계인과의 대화는 엉뚱하게도 어린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모으면서 포켓몬스터 열풍을 담박에 잠재워버렸다. 태양계에 돌입하

면서 초록의 비밀을 알았다는 외계인들은 초록바이러스, 초록거미,

초록물고기, 초록공룡, 초록사이보그들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암시

를 명백히 했다.

초록세계와의 소통 비밀을 알게 해달라고 부모들을 졸라대는 아이들

의 성화를 반영하듯, 소프트 웨어 회사들은 일제히 초록세계와의 소

통을 가능케 한다는 신종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며 일주일 ‘후’,

열흘 ‘후’, 보름 ‘후’ 라는 단서로 주문판매의 예약을 받기 시

작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 의해 ‘우주의 빛과 지혜’라고까지 불리우는

이러한 지성적 바이러스의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진화시키고 퍼뜨리

는 조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완벽하게 몸을 감추고 활동하는

이들의 소재는 아직 정확히 포착이 되지 않고 있으나, 머지않

CNN을 인수 합병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한 GAIA에 따르면 최

소한 12개 이상의 기지국을 통해 전지구적으로 활동하는 정체 불명

의 사이보그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사이보그를

풀어놓은 거미줄 같은 조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 당신 안의

여신이 깨어나리라”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성과 어린이가 지구를 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새 밀레니엄과 함께 개국한 위성 방송

GAIA와 연말연시 오대양 육대주 국경없는 포르노 사이트 속을 누

비고 다니며 속칭 ‘초록 불꽃놀이’를 벌인 자칭 GAIA(Global

Activists Invisible Association)는 이름만 같지 결코 동일한 단체가

아니라는 점.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 서로 닮은 점이 많고, 또한 지향

하는 바가 유사하다. 그리고 이들이 반복하는 주문들 속에서도 섬뜩

할 정도로 서로를 베낀 듯한 흔적이 눈에 띤다. 그 중 한가지:GOD

IS DEAD, goddesses are coming!

주목하라, 지금 당신의 몸과 영혼 속에도 이들 ‘우주의 빛과 지

혜’가 침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거기서 숨죽이고 잠들었던

당신의 여신을 깨워 일으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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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영성과 감성을 회복하는 새로운 과학의 소개서 '신과학 산책'(김영

사)의 저자. 과학자와 수도자들의 대화 '신과학과 영성의 시대'(범

양사)를 번역했고, 하느님의 어머니를 기리는 명상의 책 '녹색성서

'(가톨릭출판사)를 내기도 했다.최신 저서 '깨어나는 여신'(정신세

계사)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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