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때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잃어
각고의 노력 끝에 피아노 배워…장애 청소년 음악콩쿠르 대상 수상하기도
오는 31일 서울 목동 KT체임버홀에서 콘서트 열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이희아 언니의 책을 읽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나도 피아노를 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한 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가진 장애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죠.” 

최혜연(19·사진)양은 세 살 때 식육점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가게에서 놀다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잘렸다. 고기를 자르는 기계에 손을 넣은 것. 하지만 최양은 장애를 딛고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2013년에는 전국 장애 청소년 음악 콩쿠르인 ‘기적의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SBS ‘스타킹’, KBS ‘사랑의가족’, MBC ‘휴먼다큐 사랑이 좋다’ 등에 출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릴 적 언니를 따라 학원에 갔다 피아노를 배우게 됐죠. 처음엔 팔꿈치로 치면서 다른 건반을 누르곤 했는데,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실수를 안 하게 됐어요. 슬럼프가 올 때면 하루를 통째로 쉬고, 그 다음 날 다시 시작했어요. 저보다 한 살 위인 대학생 친언니도 전공이 피아노예요.”   

 

최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교사의 제보로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면서 입소문이 났다. 실제 그의 연주에 힘을 얻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자폐아도 있었단다. 

“얼마 전 기회가 닿아 영국의 왼손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매카시를 만난 적이 있어요. 장애를 핸디캡으로 생각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매카시의 부모님 또한 제게 ‘너도 완벽한 하나의 인격체다’라고 말씀해주셨고요. 앞으로 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현재 대전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양은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하루 평균 연습시간은 3~6시간에 달한다.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탓에 악보는 대부분 편곡을 하는 편이다. 

“저는 주로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 곡을 쳐요. 양손 곡을 치면 멜로디 위주로 뽑아 편곡을 하죠. 오른손에 화음이 있는 경우 왼손으로 대신 치기도 하고요.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 거장들이 왼손만을 위한 곡을 꽤 많이 작곡했어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저를 가르쳐주시는 피아니스트 정은현(툴엔터테인먼트 대표) 선생님께서 고생이 많으세요. 본인도 똑같이 주먹을 쥐시고, 가르쳐주셨거든요. 제 눈높이에 맞추신다고….” 

 

최양은 오는 31일 저녁 7시30분 서울 목동 KT체임버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쇼팽 연습곡 ‘혁명’, 브람스 샤콘느 등 기존 피아니스트들에게조차 난도 높은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최혜연과 사제지간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와 발달장애 피아니스트 이상우도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제게 맞는 곡을 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대학에 가면 작곡과 편곡을 배워보고 싶어요. 뉴에이지 쪽도 관심이 있어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보다는 피아노로 희망을 선물하는 피아니스트를 꿈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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