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 ⓒ여성신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여성신문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25세의 젊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40명, 37분마다 1명씩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나라,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죽음에 대해 무덤덤한 것이 관성이 돼 버린 듯하다.

그러나 이 젊은 비정규직 여성의 죽음은 다르다. 이 사건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지며 그 취약성을 일시에 드러낸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는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한 명의 엄마로서 억장이 무너졌다.

꾹꾹 눌러 쓴 유서에는 비정규직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이 여성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은 바로 ‘쪼개기 계약’을 허용하는 현행법에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총명함과 근면함을 두루 인정받던 이 여성은 지인의 소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쪼개기 계약은 가혹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쪼개기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이 여성의 경우 3개월, 6개월, 2개월, 4개월, 2개월, 4개월, 2개월, 이런 식으로 2년간 무려 7번의 쪼개기 계약이 반복됐고, 마지막 계약 이후 해지를 당했다. 이러한 행태가 지금 기간제법상 아무런 제재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합법적이라는 말이다. 젊은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 원인이 법에 있다면, 그런 법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의 희망과 여성들의 꿈을 쪼개는 이 법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기간제법 개정안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법 현실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 현행 기간제법은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반복 갱신 횟수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고 근로자의 심리적 위축을 야기해 사용자의 횡포를 감수하고 노동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이미 독일에서는 ‘단시간 및 기간제 근로에 관한 법률’에서 계약직의 계약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고, 이 기간 내에 최대 3회의 연장만 허용하고 있다. 이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그 외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업무에 한해서는 기간제 근로를 허용하되,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연쇄적 기간제 근로 계약 또는 근로 관계의 사용으로부터 발생하는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의 모든 시책이 청년과 여성에 집중돼 있지만, 속 빈 강정에 불과한 제도와 정책들이 많다. ‘젊은’ ‘비정규직’ ‘여성’의 자살은 잘못된 정책 입안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다시금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제도와 정책이 청년과 여성들의 희망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일터에서 공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기간제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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