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주식투자 열풍으로 한국사회가 열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들마저 거액의 주식투자에 나서 떼돈을 번 것으

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는 권력집단으

로 누구보다도 미공개 정보에 대해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데

다 막강한 전파력을 가진 보도기관인 언론사가 주식투자로 수천억원

대의 차익을 거둔 것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나 다

름없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이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채 천민자본주

의의 첨병인 투기꾼 대열에 합세한 것이다.

매체비평 전문주간지인 ‘미디어 오늘’의 1월13일자 보도에 따르

면 디지틀조선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중앙언론사들이 정보통신주를

중심으로 거액의 주식투자에 나서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디지틀조선은 96년 PCS사업자 선정 당시 LG텔레콤 주식

234만주를 매입했다가 97년말 2백만주를 팔아 3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또 LG텔레콤의 유상증자때 10만주를 추가로 매수, 현재 44

만3천5백56주(시가 총액 약 3백5억원)를 가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96년 한국통신 프리텔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1백74만주

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주식의 시가는 약 2천6백억원에 달하는 것

으로 평가된다. 중앙일보도 한국통신 프리텔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62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8백억원 정도의 자산가치가 있는 것

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국경제신문, 한국일보, 대한매일신보 등 신문

사들은 물론, 연합뉴스와 KBS, SBS, MBC 등 방송사들도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신문사는 정보통신주에 대한 지분 투자는 물론, 코스닥에서의

투자로 거액의 빚을 탕감하고도 남을 만큼의 엄청난 차익을 거둬들

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정확한 주식투자 상황을 공

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언론사의 주식투자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증권

거래법에도 언론사의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조항은 나와 있지 않다.

언론사도 기업체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주식에 투자

해 돈을 버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사가 주식 투자에 나설 경우 과연 투자 회사에 관련된

지면 제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언론사는 ‘개미군단’으로

일컬어지는 일반 투자자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정보 입수력을

가지고 있다. 수백명의 기자들은 매일 막대한 양의 정보를 취득한다.

이중 기사화하지 않은 정보는 ‘정보보고’라는 이름으로 언론사에

보고한다. 정보보고 중에는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

개 정보도 다수 포함돼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언론사는 ‘재테크’면을 별도의 섹션으로 제작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지면에서

는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관련주가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사가 투자한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

해 의도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특히 편

집권이 독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사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과 관

련한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해 경영진으로부터 미움을

받으려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언론사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면 비난받을

소지는 적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올렸다면

사회적 범죄인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신

약 1호인 SK케미컬의 항암제 ‘선플자주’의 출시 직전 정보를 미

리 입수할 수 있었던 일부 기자가 주식을 사들인 혐의에 대해 조사

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신약 허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선플라주

허가당시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회의기록과 보건복지부로 보낸 주

간보고 내용을 취득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46명을 상대로 내부자

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SK케미컬 주가는 지난해 7월 7일 식품

의약품안전청의 선플라주 시판허가 예고 일주일 뒤인 14일 시판허가

를 전후해 같은날 1일 2만1천8백원에서 13일에는 2만8천원까지 치솟

아 증권업계에서는 주가조작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주식투자로 떼돈을 번 주식갑부들은 ‘무력감과 권태감, 자책감 등

에 빠지는 병적인 증상’인 ‘애플루엔저(Affluenza) 증후군’에 시

달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부유한’이란 의미의 영어단어인

‘Affluent’와 ‘독감’이란 뜻의 영어단어인 ‘Influenza’가 결합

된 영어 단어로 ‘애플루엔저 증후군’에 걸릴 경우 향락과 우울증

에 빠지고 심지어 극단적인 허무감과 자살충동, 대인기피증까지 생

긴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최근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과 관련된 언론보

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언론사의 주요 임무인

총선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을 시민단체가 맡았기 때문에 오는 무력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주식으로 떼돈을 번 언론사들이 정말 ‘애

플루엔저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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