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사랑 365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 학교도서관저널
'성과 사랑 365'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 학교도서관저널

부모, 특히 엄마들은 사춘기 아이들이 버겁다. 아빠는 밖으로만 돌고, 집에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건 늘 엄마이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었지만, 그맘때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중 어려운 것은 성(性)과 관련한 그 무엇일 것이다. 대화도 통하지 않는데 하물며 성에 관한 이야기라니.

'성과 사랑 365'는 그래서 필요한 책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몸이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몸, 그리고 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쉬쉬할 필요가 없는데도, 엄마와 아빠는 ‘더 크면 다 알게 된다’는 말로 순간을 모면한다. 그런데 부모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대개 사춘기 아이들은 해박한(?) 성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모든 부모가 사춘기 때 그랬던 것처럼.

문제는 성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혹은 친구들을 통해 잘못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매체는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러는 사이 사춘기 아이들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게 하는 본질”이자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아름다운” 성과 사랑을 곡해하기 시작한다. 아이뿐 아니다. 다 큰 성인이라도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우리네 현실이다.

'성과 사랑 365'는 교육 현장의 사서, 교사, 교육활동가, 학부모 등이 성과 사랑에 관한 책을 가려 뽑고 쓴 서평을 엮은 책이다. 몸과 성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담은 과학책을 시작으로 성 역할과 성 정체성, 성문제 등을 사회적 관점에서 본 책들을 소개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에 관한 인문, 예술, 그림책, 동화, 시, 소설, 에세이 등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한국 어린이·청소년 문학 속 성과 사랑, 현장에서 본 학교 성교육의 현재와 미래 등이 포함된 특집 또한 짱짱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성과 사랑 365'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성과 사랑에 관한 365권의 책을 짧지만 심도 있게 소개한 서평이다.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의견이 한쪽으로 편향된, 지나치게 학습 위주로 구성된 책들은 없다. 현장에서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이들이 책을 고르고 글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할 만하다. 아이들에게만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먼저 '성과 사랑 365'에 소개된 책을 읽어 보시라 감히 권한다. 자연스럽게 성과 사랑에 관한 어른들의, 아니 내가 가진 편견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 사랑 365'를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책 말미에 수록된 ‘사랑에 관한 만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과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가벼운 만화로 어떻게?’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목록에 포함된 '고양이 장례식' '그 남자! 그 여자!' 등 31편의 만화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무척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 즉 사랑의 본질을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성과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다 읽어 볼 수 없다면 '성과 사랑 365'만큼은 구비해 두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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