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야구장 설립으로 처음 야구계와 인연
고교야구 인기 부활 위해 인프라 확충에 앞장
2016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성공 개최에 최선

 

2014 세계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제10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2016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유치까지. 올해 한국 야구가 이룬 성과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특히 리틀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의 선전은 아마추어 야구의 척박한 토양에서 이룬 귀중한 성과라는 점에서 기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이병석(62·사진) 대한야구협회(KBA) 회장의 소회는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한민국에 야구가 도입된 지 1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해에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이 세워졌어요. 리틀야구와 아시아청소년야구,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트리플 크라운’ 이상을 달성한 셈이죠.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스포츠 외교의 역량을 과시한 한 해로도 평가할 수 있어요. 제게는 행운이죠.”

국회 부의장을 지낸 4선 국회의원인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경선을 거쳐 21대 대한야구협회장에 당선됐다. 정치인인 그는 지역구인 포항에서 야구장 건립 요청이 있었을 때 예산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야구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아마추어 야구의 위기를 타개해달라”며 세 번이나 찾아온 야구인들의 염원을 저버릴 수 없어 경선까지 치러가며 대한야구협회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아마 야구 르네상스의 큰 틀 마련돼 

그는 취임 이후 아마추어 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는 야구인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데 적극 나섰다. 지난해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부활시켰고, 대한야구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신설했다. 프로 선수와 은퇴 선수들이 출신 고등학교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과 함께 모교의 명예를 빛내는 야구대제전도 32년 만에 부활시켰다. 특히 지난해 8월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공주고와 천안 북일고의 대통령배 전국야구대회 결승전에서는 6000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해 1970~8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고교야구의 열기를 되살리기도 했다.   

“과거에 동대문야구장에서 울려 퍼진 함성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고교야구를 향한 함성이 귓전을 떠나고, 아마야구의 성지였던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졌죠. 아마추어 야구에 가해진 몇 가지 조치도 아마추어 야구의 성숙이나 진전을 위한 것이 아닌 올가미였어요. 협회장에 당선된 이후 많은 야구인들을 만나 그분들의 염원을 듣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와 함께 고등학교 팀 창단을 적극 추진했고, 유스트림과 데상트코리아 지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정 확충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어요. 이제 아마추어 야구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다고 봐요. 앞으로는 야구인들과 한마음이 되어 아마추어 야구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는 일만 남았어요.”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2011년 첫 600만 관중(누적 관중)을 돌파해 올해까지 4년 연속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했다. 야구는 이제 문화생활 중 하나로 안착한 모양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아마추어 야구의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리틀야구 전용 경기장은 전국에 7개밖에 없을 정도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 중계방송을 지켜본 후 한동안 결승전이 열린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수만 명의 관중이 여유롭게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에서 “좋은 경기장이 있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많은 관중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난 9월 대한야구협회와 서울시가 협약을 맺고, 목동야구장을 대한야구협회 전용 경기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내년 8월 완공 예정인 서울 고척동 돔구장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리틀야구연맹도 화성시와 리틀야구 전용구장 6개 면 조성 양해각서를 맺고, 리틀야구 인프라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야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야구장 건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관심이 야구장 건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한야구협회 차원에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자야구 활성화와 올림픽 재진입 도전

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관중 10명 중 4명은 여성이다. 야구의 인기는 여성 팬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야구는 남성 중심 스포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여자야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활성화에 애를 먹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남성만 선수로 뛰는 종목이라는 점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한야구협회는 여자야구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여자야구 사상 처음으로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가 열렸고, 부산 기장군이 2016년 제7회 세계여자야구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 회장은 “현재 여자야구는 42개 팀, 817명의 등록 선수가 활동하고 있고 점차 늘고 있다”며 “여자야구연맹과 긴밀히 협조해 여자야구 활성화와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야구를 가리켜 ‘통합의 스포츠’라고 했다. “야구장은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즐겁게 어우러지는 통합의 한마당이고,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좌우명인 ‘여민동락’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말은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라는 맹자의 말로, 국민을 정치적 주체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이 고사성어를 ‘강강술래 정치’라고 표현했다.

“강강술래는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공간이 넓어집니다. 그곳에는 차별도, 경계도 없어요.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즐기는 것이죠.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 회장에게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의외로 ‘국민’이라고 답했다. 고향 선후배 사이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처음 청와대에서 공직을 맡으며 맺은 인연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멸치젓 장사를 하며 저를 홀로 키우신 어머니는 제 인생의 멘토세요. 돌아가시기 전에 저도 모르게 포항시에 집을 기증하신 분이죠. 가난한 삶 속에서 사랑과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일러주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도시락을 싸 갈 형편이 안 되는 절 위해 도시락을 싸주신 영흥초등학교 김남숙 선생님이 계셨죠. 열다섯 나이에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만난 당구장 주인과 손님들, 가출했다가 학교로 돌아갔을 때 따뜻하게 맞아준 선생님, 매년 택시기사로 민생 탐방을 할 때 만났던 시민들까지. 힘들고 지치고 좌절하던 삶의 길목마다 훌륭한 스승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지요. 그분들이 모두 우리 이웃인 국민 아닙니까.” 

그는 최근 자신이 번역한 책인 ‘대통령의 권력’의 글귀를 인용해 “국회의원의 모든 권력은 지역구에서 나오고, 모든 정치 에너지는 밑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와 야구 모두 본질적으로 같다고 설명했다. 모두 국민을 위해 준비하고, 모든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는 점은 정치와 야구의 공통점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24시간 국민을 위해 뛰어갈 준비가 돼 있는 야전 정신으로, 의회민주주의의 참꽃을 피우는 의회주의자로서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제게 정치와 야구는 본질적으로 하나예요. 국민 통합을 실현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쉼 없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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