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다이어트·성형은 자신의 몸을 존중하지 않는 것
'엄마'와 '여성'을 나눠 고려하는 건강 정책 필요
낙태 불법화가 여성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은 고려 필요

 

11일 열린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에 참석해 여성과 건강 발제 중인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김희영 활동가
11일 열린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에 참석해 '여성과 건강' 발제 중인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김희영 활동가 ⓒ서지연 인턴기자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 특히 '미(美)'라는 관점에서 여성을 상품화 시킨다. 거리에는 성형과 다이어트 광고로 넘쳐난다. 방송에서 조차 성형을 미화하고, 다이어트를 조장한다. 내 몸을 변형시키려는 욕구는 몸을 바라보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에서 자라난다. 결국 여성을 더 불안하고 아프게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이 11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경제, 건강, 환경 등 분야에서 한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정책을 제언하는 자리였다. 이날 2부 순서 중 한국 여성의 건강 실태 조사와 관련 정책 평가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의 다이어트·성형 등 '신체 이미지 왜곡'이 과도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정상 체중 여자 중고생 10명 중 3명은 스스로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여성의 비만 유병률은 남성보다 낮았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실제보다 못나고 불완전하게 여겨, 무리하고 부적절한 다이어트로 부작용을 앓거나 빈혈·섭식장애에 시달리는 일이 늘었다. 발표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김희영 활동가는 "이는 여성이기에 나타나는 심각한 건강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건강정책이 임신·출산 등 좁은 문제에만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은 임신·출산 외에도 여러 건강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생식기관을 제외하면 여성과 남성은 같다'는 단순 논리에 기초한 의료 정책이 다수라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여성 건강 정책은 '모성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런 단순 통합 관점으로는 여성의 건강 문제를 제대로 살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길다. 하지만 여성은 대체로 남성보다 건강이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성차별적 사회 문화가 존재하며 또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김 활동가는 여성의 건강권 확보와 더불어 '어떤 몸이 진정 건강한 몸인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여성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구성하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활동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낙태의 불법화가 여성의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좀더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낙태도 안전한 시술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며 세계적으로 낙태 여성을 위한 의료·보험 체계가 마련되는 추세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김 활동가는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등을 통해 낙태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고 여성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낙태 여성 건강 대책 마련과 더불어 피임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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