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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천년이 석유나 지하자원 등 물리적 자원을 둘러싼 전세계적

갈등의 시대였다면, 새 천년은 과학기술의 엄청난 진보와 함께 생물

의 유전자원과 생물 다양성을 둘러싼 전세계적 이해관계의 차이가

갈등의 핵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인도의 여성과학자 반다나 시바는 유전공학과 특허의 시대에 생명

자체가 식민화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한

재각 외 옮김, 당대, 7천5백원)을 통해 이같이 전망하고 있다. 급속

히 진행되고 있는 생명공학을 앞세운 초국적기업들의 약탈을 고발하

기 위해 쓴 이 책은 다음 세기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 논리에 의하면, 창조성이란 제1세계의 초국적기

업에 의해서만 개발되는 것이며 이윤을 창출할 경우에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살아 있는 생물체 스스로가 발휘하는

창조성과 그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이용해 온 토착 공동체의 창

조성은 무시한 것이다.

이것이 시바가 자연과 지식에 대한 약탈을 고발하는 인식론적 기반

이 된다. 기계론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생물학 패러다임과 연결된 이

러한 인식 안에서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는 유전공학은 생명 현상이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유전자 결정론적인 관점을

바탕에 깔고 있으며, 윤리적·생태적·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위험

과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시바는 또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생명공학 혁명이 종자의 생산

력과 자기 재생능력을 빼앗으면서, 기술적 수단과 재산권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종자를 ‘식민화’하며 ‘어머니’ 대지를 다중으로 억

압하는 현상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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