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저변 확대에 기여할 듯…혼성팀 구성도 고려

 

휠체어농구연맹이 내년 1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여성신문
휠체어농구연맹이 내년 1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여성신문

한국휠체어농구가 국내 장애인스포츠 최초로 리그제를 도입한다. 

대한장애인농구협회는 리그제를 주관할 휠체어농구연맹이 내년 1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발기인 총회를 시작으로 내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에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다. 출범식은 내년 3월로 예정됐다.

리그제는 4~6개 팀을 목표로 추진된다. 팀의 연고지를 기반으로 권역별로 묶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리그는 현재 비시즌인 12월~3월 중 3개월 15주로 매주 토요일 경기로 팀별 2회씩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흥행을 위한 올스타전과 휠체어농구 체험 등의 이벤트도 실시될 전망이다.

리그제 도입의 첫째 목적은 실업팀 추가 창단이다. 선수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보장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업팀이 만들어진다면 장애인들이 제2의 삶을 사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실업팀 창단에 힘을 싣고 있다. 휠체어농구의 성장 및 흥행 가능성을 확인, 체육관 등 시설 지원에 나서고 있다. 리그제가 도입되면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자 선수들을 위한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휠체어농구연맹 발족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변효철 휠체어농구연맹 발족준비위원장은 “휠체어농구연맹에서 수익이 생기면 전부 유소년과 여성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남자는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왔다. 여성도 4년 정도 바짝 투자하면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남녀 혼성팀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유럽 프로리그의 경우 혼성팀 구성을 선호하는 편이다. 혼성팀을 구성할 경우 여자 선수들의 등급 포인트를 감해 주어 선수 운용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휠체어농구 선수들은 각자의 운동능력과 활동 범위에 따라 1.0에서 4.5까지 0.5단위 8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활동 범위가 넓고 운동능력이 탁월할수록 높은 수치의 등급을 받는다. 대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코트 위 선수 5명의 등급 총합이 14점 이하여야 한다.

이탈리아 휠체어농구 프로리그에 진출한 김동현 선수는 혼성 팀에 대해 “여자 선수가 뛸 경우 포인트를 제해주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이 팀에서 1~2명 정도는 꼭 필요하다”며 “여자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혼성 팀 구성도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경기종료 후 대한민국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 모여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종합 6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인천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경기종료 후 대한민국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 모여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종합 6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휠체어농구 순수 실업팀 1곳뿐…일본은 100개 팀 넘어

‘장애인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휠체어농구의 국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국내 휠체어농구팀은 19개에 불과하다. 대학 특수체육학과 등이 운영하는 비장애인팀 10개를 합해도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월급이 지급되는 순수 실업팀은 서울시청 1곳뿐이다. 일본은 실업팀이 100개가 넘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 휠체어농구는 지난 7월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 6위에 올랐다. 또 지난 10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구기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연이은 쾌거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휠체어농구 저변 확대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실업팀에 소속되지 않은 대부분의 선수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회를 앞두고 짧은 기간만 훈련이 가능한 실정이다. 리그제가 도입되면 겨울에 잠자고 있던 스포츠의 내구성을 이어줌으로써 선수의 기량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리그제가 도입되기까지 아직 많은 난관을 남겨두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장애인체전 등 휠체어농구 경기에 관중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휠체어농구 선수들이 프로농구 시합에서 시투자로 나서기도 하며 사인공세도 늘고 있다. 휠체어농구가 점점 흥행성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변 위원장은 “한 사람이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여러 사람이 꾸면 현실이 된다. 리그제 도입과 휠체어농구연맹 발족이 잘 되도록 기원해주시고 많은 후원도 부탁드린다”며 휠체어농구 선수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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