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지·육아보육정책에 변화 앞장서…‘아이러브맘 카페’ 7호점 개설
“워킹맘, 일·가정 양립 여전히 어려워”

 

최봉순(58·사진)경기 고양시 부시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봉순(58·사진)경기 고양시 부시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심하게 관심 갖고 포근하게 챙겨주는 엄마 리더십이 여성에게는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의외로 편하다’ ‘잘 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매순간 가식이 아닌 진실로 사람을 대했더니 좋게 봐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봉순(58·사진) 경기 고양시 부시장은 지난 12월 19일 여성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공무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여줬다.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내 담아낸 글이었다. 지난 5월 시장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 일어난 고양화재터미널 사건 때에는 희생자들의 사연을 일일이 열거하며 도움을 촉구했다. 

최 부시장은 “시장이 시정 전반을 시민과 만나면서 살핀다면 부시장은 내부 공무원에 대한 책임이 큰 자리다. 공무원들이 행복해야 시민 역시 행복해진다”면서 “내부 개선 사항 등을 꼼꼼히 잘 짚어가고 있다. 후배 공무원에게 ‘롤 모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최봉순 부시장은 지난해 7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한 여성 부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여성복지·육아보육정책에 변화의 입김을 불어넣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봉순 부시장은 지난해 7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한 여성 부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여성복지·육아보육정책에 변화의 입김을 불어넣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봉순 부시장은 여성이자 1남 1녀의 자식을 둔 엄마의 섬세함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본 것이 지난 1년 반 동안의 성과라고 했다. 최 부시장은 지난해 7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한 여성 부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여성복지·육아보육정책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먼저 ‘아이러브맘카페’ 개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아이러브맘 카페’는 도서·장난감 대여, 상담·수유실, 도서·장난감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으며 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부모와 영유아 관련 교육과 다양한 육아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한다. “엄마들이 24시간 아이를 돌보면 육아 피로가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동네마다 카페를 만들어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1일자로 벌써 7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 부시장은 고양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 터전을 부지런히 닦았다. 최 부시장은 “무늬만 그럴듯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 주요 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을 하는 여성친화서포터스, 여성복지주민참여단 등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최성 시장이 젠더의식이 있으셔서 상당 부분을 제게 믿고 맡겨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최 부시장은 최우선 과제로 ‘일·가정 양립 제도 개선과 문화 확산’을 꼽으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일할 때 (여성이 직장에서) 배불러서 다니는 건 죄악이었다. 대체 인력이 없었기 때문에 출산 후 4주 만에 나와 일했다. 딸, 아들을 3년 터울로 낳고 일하는 엄마라는 이유로 학부모 회의는 물론 학교 행사는 참여해보지 못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들이 고등학생이었을 때다. 아토피가 발병한 아들이 밤새 온몸을 긁어 피부각질과 혈흔이 침구에 묻곤 했는데, 비참한 현장을 적당히 처리하고 출근을 했다. 나는 나쁜 엄마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도 일·가정 양립에 대한 어려움을 겪은 세대지만, 여전히 지금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여성들 역시 애로사항이 많다. 내년에는 워킹맘지원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라며 “고양시청 내에서 처음으로 주당 40시간만 채우면 출퇴근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제안해 시도했다. 수요일에는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6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창고로 방치됐던 여직원 휴게실도 리모델링해 반응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 부시장은 지난해 12월 창고로 방치됐던 여직원 휴게실을 리모델링했다. 침대마다 칸막이를 치고, 모유를 유축해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설치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 부시장은 지난해 12월 창고로 방치됐던 여직원 휴게실을 리모델링했다. 침대마다 칸막이를 치고, 모유를 유축해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설치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을 차례로 깬 인물로 꼽히는 최 부시장은 여성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여주여종고를 졸업하고 열여덟 살에 여주군 점동면 9급 서기로 출발해 2급 이사관직에까지 오른 그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 자치행정국장과 인재개발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최 부시장은 “공직에 나온 여성 후배들이 늘었지만 아직도 정책 결정 자리에 여성이 없어 아쉽다”며 “실질적인 실무 집행 자리에 여성들이 오면 사회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젠더 관점을 기르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공무원들이 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고 싶어요. 여성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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