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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나라에서는 고령화 문제를 아주 먼 장래에나 걱정할 일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핵심 쟁점으로 다루고 있

다. 필자는 얼마 전 OECD 경제정책위원회 실무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고령화 문제는 OECD 국가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번 회의는 고령화로 인한 각종 문제들의 실태를 분석·진단하고, 향후

추세를 전망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OECD 공동 작업반을 결성하는

실무회의였다.

그러면, 노인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첫째, 노

인인구 비율이 증가할수록 경제 전체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하락하고

부양비율은 증가하여 경제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일하는 사람은 줄고, 쓰는 사람은 늘어나게 된다. 둘째, 노동력 인

구가 감소함에 따라 정부의 조세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노인인구의 급

증으로 인해 연금급여 지출,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여 재정지출 증가

압력이 발생한다. 즉, 재정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셋째, 이자율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주로 젊은 시절에 모아둔 저

축을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경제 전체의 저축은

감소하게 되는데,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재정지출 증가 압력은 가중

되고 세수 확보는 어려워짐에 따라 정부 부채도 증가할 경우 이자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가장 일반적인 것이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율이다. 동 비율이 7% 정도이면 ‘고령화 사회(ageing

society)’, 14% 정도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분류한다. 우

리 나라 현재 노인인구 비율은 7%정도로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

였으며, 2020년 경에는 동 비율이 14%에 달하여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총 부양율이 33% 수준에 이르러 15∼

65세 인구 2명이 아동 및 노인 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된다. 보다 심각

한 문제는 우리 나라 고령화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

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이 선진국은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미국 75년, 영국 45년, 서

독 45년 등인 데 반해 우리 나라는 불과 20년 남짓 소요될 전망이다.

고령화 문제 해결의 핵심은 가급적 많은 노인인구가 노동시장에 잔류

하도록 경제적 유인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러한 대책은 일반

적으로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힘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노인인구의 조기퇴직 유인을 제거하기 위한 연금개혁의 경우 연금제도

의 최소 가입기간은 20년이며, 연금수급부담구조의 변동으로 인한 기

존 가입자의 기득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 차례의 경과조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개혁은 수십 년에 이르는 상당 기간

을 요한다.

우리 나라도 조만간 고령사회로 진입하여 노동력 인구 축소, 세수 축

소, 연금 등 재정지출 증가, 저축 감소, 이자율 상승, 투자 위축, 경제

성장 둔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반면 고령화 대책의 논의, 수립,

실행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화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바로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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