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생초보’ 전업주부에서 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로

 

어릴 적부터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았다. 내 집을 꾸미려고 직접 나무까지 수입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의식주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로 거듭났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홍미애(57) 위드리빙·마리아쥬드미애 대표를 만났다. 

홍 대표는 대구 지역 유지의 딸로 태어나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다. 어머니는 유복한 딸에게 지금 지닌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주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과 춤을 좋아했다. 발레와 한국무용을 배웠고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지만, 미술을 공부하고픈 마음은 늘 남아 있었다. 결혼 후 부산 출신 남편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부산 해운대에 마련한 아파트를 개조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외국의 고풍스러운 목조 주택처럼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집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시트지, 무늬목이 아닌 원목으로 아파트를 꾸미자고 하니 전문가들도 손사래를 쳤다. 오기가 솟았다. 그렇게 직접 시작한 ‘생초보 셀프 인테리어’가 4개월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손잡이 하나도 그려서 만들었어요. 귀한 ‘미송’ 목재를 썼는데 뒤틀림 현상을 막으려고 쪄보고, 말려도 보고… 과로로 입원까지 했지만 결국 해냈죠.” 

개조한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인테리어 시공 요청을 해 왔다. 솜씨가 좋으니 전문적으로 나가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건축 및 인테리어 전문 업체 ‘위드리빙’을 설립했다.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불경기에도 작업량은 1년에 15집 이상이다. 가구·소품, 집들이 테이블 세팅까지 요청하는 이들도 많다. 그가 최근 ‘마리아쥬 드 미애’라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론칭한 배경이다. 까다로운 고객들을 사로잡은 비결이 뭘까. “오래될수록 편안하고 멋스러운 집을 만들어요. 옷이나 가구야 싫증 나면 버리거나 바꾸면 되지만 집은 다르잖아요. ‘대충 빨리’는 없어요. 제대로 된 자재로 기초부터 꼼꼼하게 시공합니다. 또 제가 가정주부다 보니 효율적인 실내 동선 배치, 주방 활용에도 신경을 쓰죠. 그 집에 어울리는 가구, 소품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게 제 일이죠.” 

 

현장과 기본을 중요시하는 홍미애 대표. ⓒRHK 제공
현장과 기본을 중요시하는 홍미애 대표. ⓒRHK 제공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온종일 시공 현장에서 인부들과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하는 곳이 인테리어 업계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운 적 없는 주부가 나이 서른에 택한 길이었다. 시작부터 가족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시어머니는 ‘미쳤다, 여자가 할 일이 없어서’ 하시면서 저를 두 달이나 안 보셨어요. 남편은 ‘저러다 3개월이면 돌아올 거다’라고 한술 더 떴죠. 애들도 ‘엄마, 나가지 마’ 하고 붙잡고, 친정엄마도 얼마나 싫어하셨는데요. 곱게 키워 놨더니 왜 사서 고생이냐고… 할 수 없이 회사 실장에게 업무를 맡기고 잠시 현장을 떠난 적도 있었죠.” 

몇 년 전 그는 의류업 투자 실패로 하루아침에 거액을 잃었다. 실의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그토록 냉랭하던 가족이었다. 특히 한의사인 남편의 지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성공도 실패도 해 봤으니 앞으로는 더 잘될 거라며 사업 자금을 대 주겠대요. ‘평소 의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기 괴롭다’면서요. 기뻐서 울어버렸죠.” 

이후 그는 여러 매체에 출연하고 책도 내며 한동안 ‘살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인테리어 시공 현장은 꼭 찾는다. “전임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제 마음 같지 않죠. 고객은 늘 저를 원해요. 현장에 서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제가 떴다 하면 자꾸 도면이 바뀌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저더러 오지 좀 말래요.(웃음)” 시공 현장은 완성될 공간의 뼈대이자, 일하는 사람의 기본을 닦는 장소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장을 잘 정돈해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 직원들에게도 빗자루부터 들라고 교육한다. “귀찮고 힘들죠. 청소가 중요하다기보다 기본을 잊지 말라는 거예요.” 뼈대가 약한 건물은 아무리 예뻐도 위험하다. 그의 인사철학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이 쉽게, 빨리 성공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충 잘못 배워서 고생하는 직원들이 있으면 기초부터 다시 ‘빡세게’ 가르쳐요. 동시에 잘 먹이고 잘 재우죠. 1년에 한두 번을 빼면 야근도 없어요.”

쉴 새 없이 달려온 21년. 빈틈 없고 꼼꼼한 성격 때문인지 그는 남모를 속병이 많다. 적당한 인물에게 사업을 맡기고 물러날 생각도 하고 있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일하는 게 소원이다. “힘들다는 말은 사치죠.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잖아요.” 끝으로 인테리어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청했다. “많이 보세요. 그리고 현장에서 몸으로 배우세요. 정말 하고 싶다면 너무 많이 생각하지도 의논하지도 말고요. 실패를 왜 두려워해요? 성공하면 하나만 얻지만, 실패는 열 가지를 가져다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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