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기업 75개사 조사 결과
여성인력 육성 프로그램 도입한 기업은 47곳
KT·SK C&C, 여성인력 육성에 가장 적극적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열쇠로 ‘여성’을 꼽으며 여성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국내 상장기업 10개사 중 8개사는 여성 경력개발 프로그램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도 10개사 중 6개사에 그쳤다. 여성인력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여성을 실제 고용하는 기업이 강력한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인력 육성 프로그램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상장기업 75개사를 분석한 결과, 여성인력 지원 프로그램을 1개라도 도입한 기업은 47개사(62.7%)에 그쳤다. 이들 회사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리더십 개발, 직급별 역량 강화, 여성성 기반 특성화 등 경력 개발 △출산휴가, 육아휴직, 난임휴직 등 모성보호 지원 △탄력근무제, 양육시설, 가족친화인증 등 일과 가정의 양립 등 3가지로 나뉘었다.
47개사 중 18개사(38.3%)가 1개의 지원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었다.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업은 29개사(61.7%)로 조사됐다. 분석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여성인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업은 KT, SK C&C였다. 이들 기업은 각각 6개의 여성인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여성인력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기업에서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으로 43개사에서 69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프로그램 종류별로 살펴보면, 경력개발 지원 프로그램은 17개사에서 21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중 대표 사례로 삼성물산 ‘여성 건설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사내 건설 전문인력 개발을 위한 4대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여성 사원 3년 차부터 대리급이 참여하는 ‘주니어 과정’과 여성 간부가 참여하는 ‘시니어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 임직원 비율이 2011년 10.6%에서 2012년 11.3%, 2013년 11.7%로 꾸준히 늘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2008년부터 운영하는 ‘여성 관리자 양성 교육’은 여성성 기반 특성화 프로그램이다. 업종 특성상 여성 임직원 비율이 전체 임직원의 10.5%로 낮다보니 여성 임직원의 의견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여성 임직원을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관리자로 육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신한금융지주는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를 위해 ‘시간제 리테일 서비스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하루 4시간만 근무하고 정년을 보장하며, 근로시간에 비례해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다.
이번 조사에서 모성보호 지원 프로그램은 13개사만 운영 중이라고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2014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종업원 수 100~299인, 300인 이상인 사업장 중 각각 71.3%, 93.6%가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반면, 종업원 수 5~9인, 10~29인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각각 16.7%, 27.1%만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중 KT는 업계 최초로 법정 육아휴직 기간 1년에 1년을 연장해 최장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휴직 중인 근로자가 연장된 1년 동안 재택근무 병행을 원하는 경우에는 집 근처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SK C&C는 육아휴직 대상 자녀 범위를 ‘만 6세 이하’에서 ‘만 8세 이하’ 자녀로 확대해 구성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K C&C를 포함해 삼성전자, KT,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9개사는 난임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며, 한국가스공사는 사내복지기금을 통해 직원들의 불임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보유한 43개사 중 아모레퍼시픽은 탄력근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출근 시간을 오전 7~10시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와 수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 2시간의 점심 시간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탄력적 점심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사내 어린이집을 근처 중소기업 임직원에게도 개방하고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었다.
이민형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여성 임원 할당제처럼 기업에서 여성인력을 육성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여성인력을 실제 고용하고 활용하는 기업에서 적극적 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여성인력에 대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육성·지원하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제공하는 방안과 함께 무엇보다 여성인력 개발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경영자의 인식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보고서란?
기업이 사회적 책임경영 성과를 이해관계자와 공유할 목적으로 발간하는 보고서다. PMG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13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49곳으로 대부분 대기업에서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