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jpg

*지난 해 노동부가 여성들로만 구성된 산업상담원 직제를

폐지하고 부당하게 면직시켰다며 노동부의 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황말희,김현미,권지영,김란영,이진선씨

(왼쪽부터). 사진 민원기 기자

최근 노동부 별정직 7급 공무원인 산업상담원으로부터 근무하던 전직

여성공무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면직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청구해

'성차별적 부당해고'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전

문직화로 점점 증가추세인 별정직과 관련한 첫 행정소송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월 권자영(33.전 동부지방 노동사무소 산업상담원),황말희(40.전

경인지방노동청 산업상담원),김현미(36.전 전주지방노동사무소 산업상

담원),이진선(30.부산지방노동청 산업상담원)씨 등 여성별정직 공무원

5인은 각 지방노동사무소와 지방노동청을 상대로 행정법원에 면직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고,3월10일 서울에서 첫공판이 열렸다.

이들 5명은 95년 노동부 별정직 7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해 산업

상담원으로 3년10개월간 일하다 지난해 제2차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상담원 직제가 폐지된다는 이유로 12월1일자로 면직처분됐다. 노

동부에서 산업상담원으로 일했던 별정직 공무원은 총52명으로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에,여성만을 타킷으로 한 성차별적 해고가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면직 후 노동부에선 구제노력의 일환으로 3가지 대안을 제시했으나

전원 구제원칙과는 이전보다 더 낮은 지위를 강요했다고 이들은 말한

다. 노동부에서 제시한 근로복지공단전출안은 장기근속자 등을 우대함

으로써 근무 4년 미만인 95년 공채자는 전출에서 탈락됐다. 또 다른

안은 사회,행정학 과목을 시험본 후 일반직 8급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것이었지만, 4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은 무시당한 채 한등급 강등돼서

시험봐야 한다는 데 이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밖에 민간직업상담원

으로 채용하겠다는 안도 있었지만 1년 계약직으로 고용안정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지위여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번에 면직된 52명

가운데 장기근속자로 근로복지공단으로 진출한 24명과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받아들여 응시,합격한 15명을 제외한 13명은 하루아침에 실업

자가 됐다. 이에 이들 13명 가운데 권지영씨 등 5명이 노동부의 산업

상담원 직제폐지와 이들의 면직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소속기관직제 개정에서 70년대 부녀자.청소년 상담을 위해

마련한 산업상담원 제도가 이젠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걸 폐지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이들은 지방노동사무소 민원실에 전속 배치돼 주로

대민노동상담 전반의 업무를 맡아왔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의 면직이

통보될 당시는 IMF사태 이후 민원상담의 폭증으로 하루 평균 30여건

의 면담과 100여건의 전화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들

업무가 효용성이 없다는 노동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이에 한국여성민우회에서도 지난해 산업상담원제도 폐지에 관해 우

려를 표명한 의견서를 노동부장관,행자부,청와대,대통령직속 여성특위

등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들 소송당사자들은 무

엇보다 "사업장을 감독하고 근로여성정책을 담당해야 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에서 이같이 부당해고가 일어났다"는 데 분노했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공무원과 달리 국가공무원법 제 5장 복무규정과

제7장 보수규정만 적용을 받을 수 있고, 그 해당직제가 폐지되면 자

동면직처분을 받게 돼있다. 또 이들은 유급 육아휴직도 신청할 수 없

고, 교육훈련도 해당사항이 없어 전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처

럼 '반쪽공무원'신세임에도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제기된 이번 소송에

서 노동부측은 "별정직이라도 공무원 신분이니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장치는 사

실상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별정직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수는 40.8% 로 남성과

비슷하고, 전체여성공무원 중에서도 교육공무원을 뺀 수치에서 5.6%

정도.

서울 경기지역에서 소를 청구한 권지영,황말희씨 건에 대해서만 심

사가 있었던 10일 재판에는 나머지 세사람도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함

께 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다음 재판은 4월14일에 있을

예정이다.

'이김 정희 기자jhlee@womennews.co.kr'

전문가 의견

이번 별정직 7급 여성 공무원 면직처분 취소 소송을 맡은 이용철 변

호사는 “노동부 조직 개편의 정리해고 과정에서 유일하게 해고 대상

이 된 직제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산업상담원 직제라는 사실은 여성

을 정원 감축의 주요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 또 “국가공

무원법에 준하는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이들 별정직 공무원은 근로

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

했다. 첫 공판에서 쟁점이 된 것도 바로 노동부의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한 평가였다.

원고측은 노동부에서 제시한 세 가지 대안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주장

을 폈지만, “여성들이 해고 전과 동등한 직급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이들이 아직까지 많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말하자면

“집에서 노는 여자도 많은데, 일반직 8급 공무원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식. 이런 인식의 벽과 편견을 허무는 것이 이번 소송

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이임 혜경 부장은 “별

정직인 산업상담원이라 해도 노동상담실에서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폐지한다고 해고하는 것은 문제이고, 제시한 대안도 설득력이 없

을 뿐더러 실제 해고된 전원을 수용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부

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부

는 민간기업에 대해 성차별적 해고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

음에도 이번에 해고된 별정직 공무원들은 모두 여성으로, 노동부가

앞장서서 여성 우선 해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

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