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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보름달이 환하게 뜬 한가위 이튿날 밤, ‘위험한’ 여자들이

일산 호수공원 옆 한 아파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뉴 샤먼’ 김경

란, ‘뉴 과학자’ 김재희, ‘뉴 수녀’ 김현옥, ‘뉴 교무’ 하정남,

‘뉴 비구니’ 이추경, ‘뉴 페미니스트’ 박미라, ‘뉴 아티스트’제

미란, ‘뉴 국제고아’ 박재신, ‘뉴 목사’ 선순화, ‘뉴 비구니’ 정

현경, ‘뉴 여성해방신학자’ 최혜영 등 저마다 ‘뉴’라는 수식어

를 붙여야 할 열 명의 여성들은 “어떻게 하면 여성의 영혼과 감성

을 풍부히 하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원리로 삼을 수 있을까”하는

화두 아래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눈물나도록 재미있는 시간

을 보냈다.

종교도 다르고 직업도 달랐지만, 이들에게 그런 차이는 아무런 장애

가 되지 않았다. 가장 여성적 소통수단인 ‘수다’를 통해 서로를 이

해하고 연대 가능성을 나눈 이들은 에코페미니즘 테두리 안에서 지나

간 남성시대가 상극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상생

의 시대가 열리리라는 희망을 나누었다. 그리고 또 다시 '깨어나는

여신' 출간기념회를 기회로 다시 모인 이들은 서로를 ‘깨녀’라 명

명하고, ‘삼신할머니’나 ‘바리공주’ 등 묻혀졌던 우리 민족 시원

의 여신을 복원하고 생태여성주의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다.

서양에도 ‘마녀(witch)’를 어원으로 한 ‘비카(wicca)’라는 모임

이 있다. 이들은 음기가 강한 보름달이 뜨는 밤에 모여 서로 먹고 마

시고 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환경과 여성운동을 위한 의견을 교

환한다. ‘깨녀’들의 모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공동체. 에코

페미니즘이 전지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즈음, 이들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문의 김재희 gaia21@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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