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노벨상’ 볼로냐 라가치상 받은 한국 그림책들
한국 작가들의 그림책은 수준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 2일 폐막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우리나라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라가치상의 전 부문에서 6종의 수상작을 냈다. 때마침 12~18일은 도서관 주간,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책의 날이다. 도서관 주간을 맞아 지역 도서관마다 볼로냐 도서전 원화 전시회를 열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와도 좋겠다.
최근 출간된 그림책 중에선 볼로냐 도서전 수상 도서가 단연 화제작이다. 우선 2년 연속 라가치상을 받은 정유미 작가의 『나의 작은 인형 상자』(컬처플랫폼)와 『먼지 아이』(컬처플랫폼)가 눈길을 끈다.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한 소녀가 직접 만든 인형 상자 안을 여행하면서 4명의 캐릭터를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적인 그림체, 세밀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먼지 아이』는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세밀한 연필 드로잉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청소라는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민들레는 민들레』(이야기꽃)는 여백을 잘 살린 섬세한 수채화와 간결한 글이 절제미를 보여준다. 피고 지고 다시 싹 틔우는 민들레의 한 살이를 통해 작고 약한 생명이 삭막한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냈다.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저자는 “민들레가 민들레인 것처럼 잘났든 못났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나는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며 “자기다움의 이야기, 자기 존중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주니어김영사)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실화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다빈치가 스포르차 공작과 베아트리체 데스테의 결혼식을 케이크로 만들려고 그린 한 장의 그림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영은 글, 김성희 그림.
『떼루떼루』(시공주니어)는 민속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을 소재로 인간의 허영과 가식을 꼬집은 그림책이다. 꼭두의 색과 표정을 잘 드러내려고 붉은 소나무를 구해 반입체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천연 염색을 이용해 배경을 만들었고, 재봉 작업을 더해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특히 장면마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콘들을 넣어 해석의 재미를 더했다. ‘대갈통’ ‘똥구멍’ 같은 표현은 등장인물의 허세와 비속함을 드러내고 꼭두각시놀이 특유의 가락인 ‘떼루떼루’ ‘우여어’ ‘정저꿍’ 같은 표현은 이야기에 한층 생기를 불어넣는다. 박연철 글·그림.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현암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수지는 매일 베란다에 나가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느 날 수지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위를 봐요!’ 기적처럼 한 아이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단조로운 흑백의 거리에는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색색의 풍선이 날아다닌다.
지경애 작가의 『담』(반달)은 짧은 글, 담백한 그림이 한 번에 휙 넘겨도 될 만큼 쉽게 읽힌다. 저자는 처녀작을 내놓는 데 꼬박 다섯 해를 보냈을 만큼 정성을 쏟았다. 저자는 “아이들이 담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찍는 작업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