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판타지 덧입힌 한국판 ‘해리 포터’ 준비 중
“재출마 없다… 선거 때 빚어진 일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하고 싶다”

 

9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 전 교육감은 “한국판 ‘해리 포터’류의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며 “하루 8시간씩 창작에 매달리고 있다. 벌써 3분의 1가량 집필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 전 교육감은 “한국판 ‘해리 포터’류의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며 “하루 8시간씩 창작에 매달리고 있다. 벌써 3분의 1가량 집필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문용린(68) 전 서울시교육감이 소설가로 변신한다. 교육감 당선 전에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강단에 서다 정년퇴직한 그는 감성지수(EQ)와 다중지능이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자녀 교육의 멘토’였다. 한국교육학회 회장을 지낸 교육계 원로로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지력혁명』 등 스테디셀러를 다수 내기도 했다. 교육 전문서적을 쓰고 있다면 몰라도 느닷없이 판타지 소설이라니?

9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 전 교육감은 “한국판 ‘해리 포터’류의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며 “하루 8시간씩 창작에 매달리고 있다. 벌써 3분의 1가량 집필을 마쳤다”고 했다.

문 전 교육감은 “‘홍길동전’의 율도국이나 ‘심청전’의 인당수는 또 다른 세계로 나가는 출입문”이라며 “한국 문화가 더욱 깊어지려면 상상의 연못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가 런던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듯 우리나라도 성황당이나 장승이 있는 곳에서 마법의 세계로 갔어요. 옛날에는 마술, 술법이라 해서 샤먼의 영역이 강했잖아요. 무속인들은 아직도 최영 장군을 신으로 모시고 있고요. ‘해리 포터’는 마법의 세계를 통해 서양문화의 기본인 신화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귀신, 도깨비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은 없어요. 한국식 판타지 소설로 우리 문화의 풍성함을 알리고 싶어요.”

그의 소설에는 한국 역사의 미스터리도 담긴다. 예컨대 조선조 성군 세종대왕의 대마도 정벌 이후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그만의 상상력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또 ‘동양의 트로이 전쟁’ 백강전투, 구한말 풍경 등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를 결합해 흥미진진한 신화의 세계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긍정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행복교육’ 전도사답게 필생의 화두인 행복교육 강연도 이어가고 있다. 일중독의 우리 사회에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되묻는 작업이다. 그는 “미국에선 하버드대 전임 총장인 데릭 복의 ‘행복의 정치학’이 새로운 사회정책 패러다임”이라며 “경제 발전도 국민 행복 총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치를 잘한다는 건 GDP(국민총생산)가 얼마나 높아졌느냐가 아니라 GNH(국민행복지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일중독에서 벗어나 ‘888’의 균형 있는 인생을 살아간다며 웃었다. 8시간은 잠자고, 8시간은 저술 활동을 하고, 8시간은 가족이나 친구와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한다. 건강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피부근육암에 걸려 선거 후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몸이 야위었다. 아직도 얼굴에는 수술의 상흔이 남아 있다. 2010년 아내에게서 받은 신장으로 이식수술을 한 적도 있어 이래저래 건강 문제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다시는 교육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그의 불출마 선언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교육감 선거가 남긴 후유증은 상당하다. 지난해 6·4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단일 후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문 전 교육감에게 구형한 벌금 100만원보다 더 높은 형량이다. 1심 선고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문 전 교육감은 선거 당국으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비용 약 3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재판에서 결국 옳은 판단이 나오리라 믿어요. 보수 단일 후보란 명칭도 내가 만들어 쓴 게 아니라 1000여 개 단체가 보수 단일화를 통해 서울을 포함해 지역별로 단일 후보를 낸 건데 허위 사실이라니 뜻밖의 판결이었어요.” 그러면서 “선거는 캠프와 캠프의 대결이라 상대 후보의 마음에 아픔과 상처를 준 부분이 있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빚어진 모든 일을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용서를 청한다. 이제라도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회복해 우리 교육 발전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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