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C ‘미국 미디어 내 여성의 지위’ 보고서 발표
여성 보도 뉴스는 3분의 1에 불과…스포츠는 10%뿐
영화 스태프 83%, 할리우드 권력 쥔 남성이 콘텐츠 좌우
2005년 배우 제인 폰다와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로빈 모건이 설립한 미디어 운동단체 여성미디어센터(WMC)가 매년 발표하는 ‘2014 미국 미디어 내 여성의 지위’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영화, 방송, 언론 등 미디어에 나타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뉴스’라 불리는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다가오는 2016 대선에서 유력한 여성 후보 탄생을 앞두고 있음에도 정치 뉴스의 65%는 남성 기자의 차지였다. 과학(63%), 세계 정치(64%), 범죄(67%) 등의 분야에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스포츠로 여성 기자의 뉴스는 전년도보다도 7%나 감소한 10%에 불과했다. 신문 편집위원회의 남녀 비율은 평균 7 대 4로 사설도 남성들의 차지였다. 일요일 아침 토크쇼의 해설자의 남성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여성 기자가 동등한 역할을 하는 분야는 교육과 라이프스타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영화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는 수상 소감 대신 양성평등을 외쳐 화제를 모았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이나 작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영화 관객이나 TV 시청자들의 절반이 여성임을 고려할 때 이는 불균형적”이라 발언한 바 있다. 그 원인은 할리우드의 편향된 인력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할리우드 제작사의 최고위층은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경영진의 92%가 백인이며 83%가 남성이다. 스크린 뒤 스태프의 상황도 심각하다. 매출액 250위권 영화에서 감독, 제작자, 작가, 촬영감독, 편집자 중 남성의 비율은 83%에 이른다. 여성 작가는 25%로 전년도보다 9% 감소했으며 여성 제작자도 23%로 4%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백인 남성들이 할리우드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내용이 남성 중심적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 중 여성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대사를 가진 여성 배역은 30%를 넘지 못했다.
인종 차별 또한 심각한 문제다. 영화 속 백인 주인공의 비율은 유색인종의 2배가 넘으며 17%의 영화에는 대사를 가진 흑인 배우가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 인구의 17%, 영화 관객의 25%를 차지하는 라틴계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5%도 나오지 못했다. UCLA 산하 흑인 연구소인 랄프번치센터의 다넬 헌트는 “권력을 쥐고 있는 백인 남성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취향, 그들이 교류하는 남성들의 감상에 따라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를 선택하기에 남성과 남성 문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서평 중 52%는 여성이 쓴 것이었으며 시카고선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는 각각 바이라인의 54%, 53%를 여성이 차지했다. 또한 10대 소녀를 성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는 31%에서 19%로 크게 감소했다.
보고서는 뉴스, 방송, 영화뿐만 아니라 라디오, 디지털 뉴스, 게임, 소셜미디어 등 분야에 관한 분석도 담고 있다. WMC는 “미디어는 누가 발언권을 갖고 어떤 형태로 토론이 이뤄지며 어떤 사안을 중요하게 보도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권력 중 하나”라며 “이번 보고서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