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C ‘미국 미디어 내 여성의 지위’ 보고서 발표
여성 보도 뉴스는 3분의 1에 불과…스포츠는 10%뿐
영화 스태프 83%, 할리우드 권력 쥔 남성이 콘텐츠 좌우

 

대부분의 프라임타임 뉴스가 남성진행자에게 독점된 가운데 반대로 여성 진행자의 목소리가 93%를 차지하는 PBS 방송의 뉴스아워는 주요 방송국 중 유일하게 여성의 비율이 높은 뉴스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뉴스아워 메인 앵커인 주디 우드러프(왼쪽)과 그웬 아이필.
대부분의 프라임타임 뉴스가 남성진행자에게 독점된 가운데 반대로 여성 진행자의 목소리가 93%를 차지하는 PBS 방송의 '뉴스아워'는 주요 방송국 중 유일하게 여성의 비율이 높은 뉴스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뉴스아워' 메인 앵커인 주디 우드러프(왼쪽)과 그웬 아이필. ⓒpbs.org
2014년 미국 ABC 방송의 간판 앵커인 다이앤 소여와 뉴욕타임스 편집장 질 에이브람슨 등 대표 여성 언론인의 잇단 퇴진은 여성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들의 자리가 모두 남성 후임으로 대체된 것은 현재 미디어 업계의 여성의 지위를 대변하는 하나의 사례로 여겨졌다.

2005년 배우 제인 폰다와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로빈 모건이 설립한 미디어 운동단체 여성미디어센터(WMC)가 매년 발표하는 ‘2014 미국 미디어 내 여성의 지위’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영화, 방송, 언론 등 미디어에 나타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언론매체별 성별 분포도. ⓒWomen's Media Center
2014년 언론매체별 성별 분포도. ⓒWomen's Media Center
지난 한 해 동안 저녁 시간 방송 뉴스에 여성이 등장한 것은 32%에 불과했으며 신문 지면에서도 37%만이 여성 기자에 의해 보도되어 전년 대비 증가율이 1% 미만에 머물렀다. 신문 중 가장 성차별이 심한 곳은 뉴욕타임스로 바이라인의 67%가 남성이었다.

특히 ‘심각한 뉴스’라 불리는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다가오는 2016 대선에서 유력한 여성 후보 탄생을 앞두고 있음에도 정치 뉴스의 65%는 남성 기자의 차지였다. 과학(63%), 세계 정치(64%), 범죄(67%) 등의 분야에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스포츠로 여성 기자의 뉴스는 전년도보다도 7%나 감소한 10%에 불과했다. 신문 편집위원회의 남녀 비율은 평균 7 대 4로 사설도 남성들의 차지였다. 일요일 아침 토크쇼의 해설자의 남성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여성 기자가 동등한 역할을 하는 분야는 교육과 라이프스타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영화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는 수상 소감 대신 양성평등을 외쳐 화제를 모았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이나 작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영화 관객이나 TV 시청자들의 절반이 여성임을 고려할 때 이는 불균형적”이라 발언한 바 있다. 그 원인은 할리우드의 편향된 인력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연도별 매출액 250위 영화 직종별 여성 스태프 비율 변화. ⓒWomen's Media Center
연도별 매출액 250위 영화 직종별 여성 스태프 비율 변화. ⓒWomen's Media Center

 

매출액 250위 영화 주인공 성별 분포 ⓒWomen's Media Center
매출액 250위 영화 주인공 성별 분포 ⓒWomen's Media Center

할리우드 제작사의 최고위층은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경영진의 92%가 백인이며 83%가 남성이다. 스크린 뒤 스태프의 상황도 심각하다. 매출액 250위권 영화에서 감독, 제작자, 작가, 촬영감독, 편집자 중 남성의 비율은 83%에 이른다. 여성 작가는 25%로 전년도보다 9% 감소했으며 여성 제작자도 23%로 4%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백인 남성들이 할리우드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내용이 남성 중심적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 중 여성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대사를 가진 여성 배역은 30%를 넘지 못했다.

인종 차별 또한 심각한 문제다. 영화 속 백인 주인공의 비율은 유색인종의 2배가 넘으며 17%의 영화에는 대사를 가진 흑인 배우가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 인구의 17%, 영화 관객의 25%를 차지하는 라틴계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5%도 나오지 못했다. UCLA 산하 흑인 연구소인 랄프번치센터의 다넬 헌트는 “권력을 쥐고 있는 백인 남성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취향, 그들이 교류하는 남성들의 감상에 따라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를 선택하기에 남성과 남성 문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서평 중 52%는 여성이 쓴 것이었으며 시카고선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는 각각 바이라인의 54%, 53%를 여성이 차지했다. 또한 10대 소녀를 성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는 31%에서 19%로 크게 감소했다.

보고서는 뉴스, 방송, 영화뿐만 아니라 라디오, 디지털 뉴스, 게임, 소셜미디어 등 분야에 관한 분석도 담고 있다. WMC는 “미디어는 누가 발언권을 갖고 어떤 형태로 토론이 이뤄지며 어떤 사안을 중요하게 보도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권력 중 하나”라며 “이번 보고서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2014 여성미디어 보고서 표지. ⓒWomen's Media Center
2014 여성미디어 보고서 표지. ⓒWomen's Media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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