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펴낸 조혜자씨

 

『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 펴낸 심리학 박사 조혜자씨 ⓒ홍미은 기자
『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 펴낸 심리학 박사 조혜자씨 ⓒ홍미은 기자

할머니가 쓴 육아지침서가 탄생했다. 『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을 펴낸 조혜자(65·사진)씨는 이화여대 심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몇 해 전 ‘할머니’라는 새 이름을 얻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머니 육아 예찬론을 펼친다. “내가 할머니라고?” 처음에는 거북하고 불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해주는 마법의 이름’이다.

“손주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할머니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2살만 돼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진짜 힘들어요. 떼쓰고, 울고, 드러눕고 그러면 진짜 갑갑하죠.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를 때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할머니가 할머니에게 하는 조언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죠.”

조씨는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큰딸이 손자를 낳으면서 딸을 지지하는 지원군이 되기 위해 미국을 오가며 할머니 육아를 해왔다. 발달심리학과 여성심리학을 공부한 그에게 손자가 태어난 후 3년은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였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3년 동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씨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할머니 육아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린이집과 육아도우미에게 애정 어린 ‘수용과 반응’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요구와 통제’가 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가 없습니다. 육아도우미도 아이를 편하게 돌보려고 아이를 통제하기 쉽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에게 할머니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용과 반응’을 잘 해줄 수 있는 애정 전문가니까요.”

 

 

그는 ‘자식이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손자를 봐주지 말고, 할머니 육아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100세 시대에 손주에게 투자한 3년은 남은 세월 동안 손주와 좋은 관계를 즐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도 있다. 인생 후반기를 의미 있게 사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제 딸이 그러더라고요. 책을 사서 친구의 어머니들에게 주고 싶은데 ‘이렇게 키워라’ 강요하는 거 같고, 애 보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서 못 주겠다고요.(웃음) 손주를 돌보고 싶어도 사정상 그럴 수 없는 할머니들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썼어요. 기왕 아이를 보려면 잘 봐줬으면 해요. 힘을 주고 싶었어요.”

조씨는 할머니 육아 십계명도 만들었다. 할머니는 아이 엄마가 아니다, 아이의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아이의 부모가 원하는 교육관을 따르고 일관성을 유지한다, 할머니 자신의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돌본다, 아이가 울면 즉각 반응해준다 등 육아는 할머니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열 가지 계명을 완성했다. 할머니 육아에서는 아이의 부모와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할머니 교육철학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둘째 딸이 돌이 됐을 무렵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엔 어린이집도 없었고, 도우미에게 의지할 만큼 여유도 없었다. 도움을 받은 존재는 역시 친정 부모님이었다. 본인 역시 딸들에게 “나중에 손주를 봐주마” 약속했다고 한다. 의욕적으로 키워낸 딸들이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양육의 짐을 함께 져주는 것이 그에겐 중요하다.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연대한다고 하는 마당인데 열심히 키운 딸들이 잘하게 도와주고 싶어요.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니까 할머니들이 나서는 게 도움이 되죠. 엄마 아빠가 육아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다면 할머니가 도와주는 것이 가장 안심입니다. 할머니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절실한 때예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