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PD수첩’ 단체 상영회

 

MBC PD수첩 ‘2030 남성 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 편.
MBC PD수첩 ‘2030 남성 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 편.

MBC PD수첩 ‘2030 남성 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 편이 방송된 후 언론이 여성 혐오를 비호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 4일 PD수첩은 여성 혐오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쳤지만, 정작 내용은 남성 입장을 대변하며 남성들의 여성 혐오를 은근히 비호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18일 단체 상영회 ‘우리는, 왜 PD수첩에게 등을 돌렸는가?’를 열었다. 방송에선 2030 미혼 남성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뤘다. 김치녀 페이지 관리자, 가수 브로,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등 여성 혐오·비하로 논란이 된 인물들이 나와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MBC PD수첩 ‘2030 남성 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
MBC PD수첩 ‘2030 남성 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나?’.

PD수첩은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진출과 승진이 불리하고 임신·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되고, 가정 내 어머니의 가사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과 한계는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친구에게 외제차 구입을 부추기고, 군 복무 2년은 너무 짧으니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먹은 커피값 6300원 중 잔돈 300원만 남자친구에게 건네는 일부 여성들의 사례를 일반화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루이뷔통을 선물 받고도 에르메스가 아니라며 불같이 화를 내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안쓰러운 남성과 양심 없는 여성이 대비되는 모습은 언론이 나서서 여성 혐오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비쳤다.

방송을 본 참석자 A씨는 “여성 혐오의 피해자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없는 것부터 남성 입장에 편중된 것 아니냐”며 “이 방송을 보고나면 누구나 여성 혐오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B씨는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사실은 배제됐다”며 “여성 혐오는 결국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여성 혐오의 본질을 다루지 못한 채 ‘솔직한 대화를 나누라’고 끝내버린 결론도 문제로 지적됐다. C씨는 “그동안 우리가 대화를 나누지 않아 여성 혐오가 이렇게 번졌나 보다. 남녀 성대결로 몰아가며 피상적으로 다룬 여성 혐오편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됐나”라고 반문했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은 “여성 혐오가 생기는 원인을 심층 분석하지 않고 제작진의 관점을 입증하는 사례를 자극적으로 방송했다”며 “시사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객관성과 분석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남성 중심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PD수첩 제작진에게 하고 싶은 말로 ‘제대로 된 후속편을 만들어 달라’ ‘KBS TV ‘나는 대한민국 여자입니다’를 좀 보고 배워라’ 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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