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커뮤니타스 소장이  ‘대구시민의 성적 가치관 및 성매매 관련 인식에 대한 연구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커뮤니타스 소장이 ‘대구시민의 성적 가치관 및 성매매 관련 인식에 대한 연구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2015 대구시 여성발전기금 사업인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정비와 성매매 여성 인권지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기억하는 역사 살아갈 역사 속 성매매 집결지를 넘어 여성인권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자갈마당 인근의 달성공원과 대구예술발전소 등을 연계해 ‘문화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여성과 인권, 역사, 문화를 담은 공간 조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에서는 현재 48개 업소가 영업 중이며, 25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에 따른 심리상담과 치료 지원, 이주비 지원, 자격증 취득, 직업훈련 등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월 3일부터 16일까지 조사한 ‘대구시민의 성적 가치관 및 성매매 관련 인식에 대한 연구조사’ 분석에 따르면 대구시민 63.6%가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폐쇄에 찬성했다. 성 구매자에 대해서는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60.6%로 가장 높았으며,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 36.5%만이 ‘효과 있다’고 응답했다.

자갈마당 폐쇄 이후 공간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여성인권역사공원’이 32.4%, ‘복합문화예술벨트’가 29.4%, ‘시민 자율매각’이 13.1%로 나타났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경제적 지원 범위에 대해서는 ‘이주비 및 생계비와 사회정착 지원금 지원’이 38.3%로 가장 많았고, 이주비와 일정 기간 긴급복지 형식의 생계비 지원(32.3%), 이주비 지원(18.3%) 순으로 나타났다.

신동호 ㈔인문사회연구소 커뮤니타스 소장은 “대구시민의 의식 정도를 알아보고 자갈마당 폐쇄와 인권지원 등 후속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했다”며 “도출된 문제들을 토대로 자갈마당이 폐쇄 이후 어떠한 공간으로, 어떻게 활용돼야 할지 다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삶이 기억하는 집결지를 듣다’를 주제로 성매매 여성 10명을 인터뷰한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자갈마당 옆 개발부지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바빠졌다”며 “그 공간에 살아온 여성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더 거센 변화에 휩쓸릴 것이란 생각이 들어 그들의 삶을 듣고자 했다. 그 목소리가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대표는 ‘전주 성매매업소 선미촌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거버너스 사례’를,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폐쇄와 관련하여’를 각각 발표했다.

이재화 위원장은 “관련 법이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결정에 따라 사후 대책을 세우고,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갈마당 폐쇄에 따른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이주와 전업을 위한 긴급 지원비 대책 마련, 아파트 완공 등 시간이 흐를수록 땅값 상승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심각해짐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도심재생사업과 접목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순 대구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폐쇄시민연대 대표는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갈마당이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거나 그것을 도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기억하고 복원하며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방식으로 대구시민과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여성단체에서 요구한 자갈마당 폐쇄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다”며 “취임 이후 실·국장, 구청장들이 참석한 회의도 열려 기대했지만, 이후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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