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공로상 수상자 이덕희 씨 ⓒ테니스코리아
2015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공로상 수상자 이덕희 씨 ⓒ테니스코리아

[수상자 인터뷰] 공로상 이덕희 전 프로 테니스 선수

‘불멸의 기록’ 세운 전 프로 테니스 선수

2001년부터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개최

“은퇴 후 사회 활동 중요...제도와 인식 바꿔나가야”

‘한국 최초의 프로 테니스 선수’ ‘한국 최초 US오픈 16강 진출’ ‘한국 최초 세계랭킹 1위 격파’

이덕희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늘 ‘최초’다. 그의 선수 시절 기록들은 전설로 불린다. 1972년 만 19세의 나이로 호주오픈 테니스 본선에 출전했고,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복식 은메달을,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단·복식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1980년 프로 데뷔한 이씨는 한국인 최초로 4대 메이저대회(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그랜드슬램)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1981년 US오픈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16강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0년 이형택 선수가 US오픈 남자단식 16강에 오를 때까지 19년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1982년 미국 포트마이어스 대회에서는 사상 첫 투어대회 우승에 성공했고, 서독 오픈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1위’ 빌리 진 킹(미국)을 제압해 화제에 올랐다. 그가 1983년 달성한 ‘세계랭킹 34위’는 여전히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세계랭킹 50위 내에 든 우리 선수는 그를 포함해 이형택(36위), 조윤정(45위) 등 3명뿐이다. 

한국 테니스의 전성기를 이끈 이씨는 1983년 은퇴 후 미국으로 떠났다. 골프장을 운영하며 경영인으로 살면서도 마음만은 늘 고국과 테니스를 향했다. 2001년부터 사비를 털어 2001년 한국 최초의 국제 주니어 테니스 대회인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해외 출전이 부담스러운 어린 후배 선수들도 국내에서 세계랭킹을 쌓아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9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테니스장에서 열린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정윤성(왼쪽)과 여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김다빈(오른쪽)이 이덕희(가운데) 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11.09.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지난해 11월 9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테니스장에서 열린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정윤성(왼쪽)과 여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김다빈(오른쪽)이 이덕희(가운데) 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11.09.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이씨는 “한국에서 운동하는 동안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조그마한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은퇴 후 ‘운동했던 아줌마’로 남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들 후배들을 위해 봉사라도 하고픈 마음이 있지요. 아직 여건이 제대로 안 만들어졌고, 선례가 부족할 뿐이지요.” 

이씨는 “여성 체육인들은 혹독한 훈련과 자기관리를 통해 훌륭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게 된다. 좋은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은퇴 후 사라져버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체육인으로서의 커리어는 인생 전체에서 무척 짧지요. ‘나는 운동 말고 다른 건 못해’가 아니라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최근 체육계가 은퇴 대비 프로그램을 연구·시행해 나가는 데 대한 반가움도 전했다. “1~2년이 아니라 10~20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일자리도 많아져야겠지요.”

그는 “며칠을 두고 생각을 해보아도 자격이 미치지 못하는데 큰 상을 줘서 무슨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다”며 “선후배들이 받아야 하는 상을 제가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테니스에 대부분의 시간과 정열을 쏟을 수 있게 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감사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주신 상은 더 열심히 할 일을 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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