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속이냐, 아니냐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 3배까지 차이

죽 같은 유동식 먹으면 좋아

술자리선 물을 자주, 많이 마셔야

 

30대 직장인 김슬아씨는 지난해 회사 송년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장까지 참석한 2차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다 필름이 끊겼다. “그렇게 취한 줄 몰랐는데…. 주정을 심하게 하진 않았다.” 김씨는 같은 부서 동료의 말을 듣고도 이튿날 걱정스런 마음에 동기들에게 전화해 실수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필름이 끊긴다’고 흔히 표현되는 단기기억상실은 의학 용어로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인사불성이 되거나 기억을 장기기억장치에 옮겨놓는 과정이 알코올로 차단돼 기억이 끊기게 된다.

송년회 시즌이다. 간이 해독할 시간 없이 술자리가 계속되면 숙취도 풀리지 않고 영양소 결핍뿐 아니라 질병에도 노출된다. 더욱이 여성은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음주 후 이튿날 속쓰림이나 두통, 헛구역질 같은 숙취에 더 시달린다. 왜 그럴까.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여성은 간에서 분비되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위 점막 알코올 분해 효소 역시 남성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이라는 물질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여성 호르몬이 많이 쌓여 있을 때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며 “여성호르몬이 많이 축적되는 생리를 앞둔 기간에 평소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훨씬 빨리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 남성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를 보면 여성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무려 34.2%에 달한다.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김태헌 교수는 “여성은 소량의 알코올 섭취로도 심한 간 손상이 올 수 있다”며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기 때문에 알코올 간질환에 취약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올해 송년회에서 무사귀환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❶ 송년회 두 시간 전 유동식을 먹어라

우선 연말 술자리가 있는 전날에는 숙면을 취해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숙취해소 음료는 별 효과가 없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는 편이 낫다. 빈속이냐, 아니냐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3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빈속에 맥주 한 병 먹는 것과 식사 후 맥주 3병 먹는 게 비슷하다는 얘기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위에 직접적인 자극이 전해져 위염, 위궤양 같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송년회 한두 시간 전에 죽 같은 유동식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주독을 풀어주는 녹차죽이나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게살죽, 철분‧미네랄‧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한 굴죽을 권할 만하다. 음식은 술의 흡수를 늦춰주고 뇌세포와 신경세포에 도달하는 알코올 양을 줄어들게 해준다.

❷ 속전속결? No~ 천천히 마셔라

술자리에선 무조건 천천히 마셔야 한다. 허 원장은 “술을 빨리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속히 높아져 빨리 취하고 숙취도 심해진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면 천천히 마실 수 있는 데다 몸에 흡수된 알코올이 호흡을 통해 빠르게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술안주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고르는 게 좋다. 채소, 과일류도 좋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술은 고열량 식품이다. 소주 1병이 500~600㎉에 해당하는 칼로리를 낸다.

❸ 물을 자주, 많이 마셔라

술을 마시면 몸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추기 위해 혈액에 많은 수분을 공급한다. 또 알코올이 항이뇨호르몬을 억제해 몸에서 수분 배출을 늘려 탈수 현상이 일어난다. 물은 수분을 채워주고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면서 잠시 쉴 수도 있다. 독한 술은 냉수와 함께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img2]

❹ 술자리 후 2, 3일은 쉬어라

건강 음주는 하루 알코올 30g, 즉 소주 3잔이나 맥주 3잔이 적정량이다. 하루 70g 이상, 즉 소주 한 병씩 매일 먹으면 간경화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시간당 7~10g으로, 체중 60㎏인 사람이 맥주 1병(500㎖)을 마시는 경우 대사에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이다. 소주 1병(360㎖)을 마신 경우 모두 산화되는 데 약 13시간이 소비된다.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야 간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는 얘기다. 간이 건강해도 술자리를 가진 후 최소한 2~3일가량 쉬어야 한다. 과음을 했다면 최소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 간이 완전히 회복될 시간을 갖는 게 좋다.

❺ 숙취 푼다고 사우나 가지 마라

음주 다음 날에 숙취가 심하다며 빨리 깰 목적으로 사우나를 찾아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사우나를 하면 탈수 현상을 더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❺ 다음 날은 물은 많이, 아침밥은 챙겨 먹어라

술 마신 이튿날 아침은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한다. 콩나물국, 북엇국이 좋다. 꿀물도 숙취 해소에 좋다. 물은 평소보다 많이 먹어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한다. 음주 후 정신을 맑게 한다고 진한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카페인은 알코올에 의한 탈수로 푸석푸석해진 피부 건조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 송년회 다음 날 피로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비타민 B와 C가 풍부한 견과류와 채소, 과일, 미역, 생선류 등을 챙겨 먹거나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게 좋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