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칸 송소고택과
객주문학마을, 주왕산
자리한 국제슬로시티
인구 2만 산간농촌이
연간 200만 찾는 관광지로
인구 2만7000여 명의 작은 산간농촌 지역이 뜨고 있다. 관광과 힐링을 겸한 휴양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해마다 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6년째 한겨울이면 세계 20여개 국의 스포츠 선수들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출전하려고 이곳을 찾고 있다. 경북 청송군 이야기다.
지난 2007년 군수에 취임해 3선 연임 중인 한동수(66) 군수를 지난달말 만나 ‘오지 중의 오지’인 청송군이 지역 브랜드를 구축해 나간 과정을 들었다. 한 군수는 대구시 도로과장, 지하철건설본부장 등 28년간 공무원을 지냈으며 민선 45대 군수로 당선된 후 3선 연임 중이다. 그는 군정 경영을 잘한 공로로 ‘2016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2013 한국을 빛낸 사람들 지역녹색환경발전공로대상’등을 받았다.
“대구와 110km 떨어진 ‘육지 속 섬’인 청송도 한때는 인구가 8만5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공단이 없고, 교육도 마땅찮은 데다 문화 향유가 어려우니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활력을 잃더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문화와 스포츠를 입혀 휴양관광지로 키워 전방위적 홍보를 했더니 어느 순간 지역 브랜드가 확 올라갔다.”
그가 말한 ‘청송군이 뜬 이유’는 갈수록 침체돼 가는 지역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창조경영 마인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송군에는 해마다 130세대 250명씩 귀농, 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이중 절반은 연고가 없다.
-사과 주산지로 유명하다. 사과축제는 경북도 최우수 축제로 4년 연속 지정받았는데.
“껍질째 먹는 친환경 ‘하이크린’ 사과 브랜드다. 지난 98년 이탈리아로부터 키 낮은 사과나무를 도입해 전국 최초로 재배했다. 농가와 군이 합심해 기존 농법의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도전을 한 것이 주효했다. 사과 수익이 농업소득의 55%를 차지한다.”
-문화 자원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미래의 먹을거리는 문화에 달려 있다.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산업화, 수익화에 나서야 한다. 청송은 3대 암산으로 유명한 주왕산 국립공원과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 촬영지인 주산지, 조선시대 99칸의 송소고택과 조선4대 지방요인 청송백자 등 천혜의 자원을 가진 곳이다. 여기에 청송 출신인 김주영 작가의 소설 『객주』를 바탕으로 조성한 객주테마타운, 야송 이원좌 선생의 그림이 전시된 야송미술관, 가로 46m‧높이 6.7m 한 점을 전시한 청량대운도전시관 등 문화 자원을 개발해 관광 상품으로 키울 수 있었다.”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유치한지 6년째다.
“청송얼음골 일대에 얼음골 빙벽밸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15개 객실 규모의 연수시설과 12m 높이의 인공암벽장, 4m 높이의 볼더링 벽을 갖춘 숙박촌 지구를 갖췄다. 아이스클라이밍이 2016년 동계청소년올림픽 시범종목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선정됐다.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2020년까지 매년 여는 청송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이뿐 아니다. 패러글라이딩, 산악마라톤, 모터사이클, 산악자전거 등 스포츠 행사도 꾸준히 열어 마니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송에선 시간이 더디 간다. 콘크리트숲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반복하는 도시민들은 느린 삶을 맛보려고 청송을 찾는다. 한 군수는 “지난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국내에서 9번째로 산촌형 슬로시티로 인증 받았다”며 “도시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면 청송으로 오라”고 권했다.
지난해 6월 국제슬로시티 시장 총회가 주는 슬로시티어워드상도 받았다. 세계 208개 인증도시 중 8개 회원도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민교육을 통해 슬로시티 운동에 대한 인식을 넓혀 지역공동체 운동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청송은 올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어려움은 없었나.
“예전에 청송 사과를 판촉하려고 서울에 가면 10명 중 4명은 청송을 안다고 답하더라. 그런데 청송 감호소 때문에 청송을 안다는 게 문제였다.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이 뜨면서 청송이 범죄자 수용소라는 이미지가 박힌 상태더라. 청송교도소가 경북북부제1교도소로 개칭하는데 지자체 차원에서 온힘을 쏟았다. 지난 2010년 교도소 이름에서 지역이 빠졌다. 오랜 숙원이 해결된 후 지역 이미지도 높아졌다.”
한 군수는 “처음 군정을 맡았을 때 창조적 아이디어를 반영한 기획 컨설팅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하지만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연구 투자를 하듯 군정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고 했다.
-연말에 당진․상주․영덕간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신도청에서 30분 거리, 대구에서 한 시간 거리, 수도권은 2시간 내 이동이 가능해진다. 청송을 찾는 타지 인구도 늘텐데.
“주왕산 입구에 대규모 한옥펜션인 민예촌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 임업인종합연수원은 완공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2017년 완공 목표로 700억원이 투입되는 지상 8층, 314실 규모의 대명리조트가 첫 삽을 떴다. 청송의 숙박 시설을 이용해 ‘관광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인 자연친화형 마이스산업을 육성하겠다. 조용하고 환경 좋은 곳에서 기업회의나 포상관광을 하면서 문화‧스포츠를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코엑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 단위로는 최초로 마이스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기업포상관광 유치를 위한 관광진흥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