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일성여고 입학 이명순 할머니
중학교 320명, 고교 211명 등 531명 입학
70∼80대 할머니 입학생도 127명 달해
10년 전 겪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는 욱신욱신 아프다. 6년 전 남편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고, 바이올린을 전공한 외동딸도 독일에 살고 있다. 혼자 먹는 밥은 이제 익숙해질 법 하지만 식탁에 앉으면 말상대가 그립다. 외롭게 지내던 이명순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것은 공부를 시작한 뒤부터다.
올해 여른넷인 이 할머니는 일제 때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전쟁 준비만 하다 해방 후 중학교 입학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 할머니가 다시 교과서를 펴게 된 것은 여든두 살 때다. 우연히 일성여중 입학생 모집 광고를 본 후 입학해 꿈에 그리던 학생이 됐다. 2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이 할머니는 올해 3월 일성여고 신입생이 된다. 이 할머니는 “외롭지만 공부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공부를 만난 후 삶이 즐거워졌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할머니처럼 제때 배우지 못해 가슴 아파하던 늦깎이들이 3월 2일 입학식을 치른다. 올해 입학생은 중학교 320명, 고등학교 211명 등 모두 531명이다. 18세 최연소자도 있지만 70∼80대 할머니 입학생도 127명에 달한다.
이선재 교장은 “이들이 못 배운 것은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남자 형제에게 밀려 뒤처진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옛날 일이 회상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다. 할머니 입학생들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