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띠 해를 맞은 여성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성단체들마다 새로운 여성 발전 청사진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 사회의 법제도를 바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성운동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1376호에 이어 여성단체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올해 계획을 취재했다.
한국YWCA연합회
탈핵과 성평등 운동에 집중
한국YWCA연합회(회장 이명혜)는 탈핵 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 평화통일운동, 청년운동, 돌봄정의운동 등 5개 분야에 집중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할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탈핵 생명운동은 핵과 핵발전소가 가진 위험과 부정의, 분쟁의 문제를 알리고, 핵 의존적이며 공급 중심인 에너지정책을 재생에너지와 수요 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다. 또 생활 속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자립 노력을 확산함으로써 탈핵 생명 세상을 건설하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노후 원전 월성1호기 폐쇄, 고리1호기 안전 폐로를 위한 시민 참여 기구 설립,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법 제정, 신고리 5, 6호기 건설 반대, 삼척과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 철회 등을 정책과제로 삼았다.
한편 YWCA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책과제 관련 의제를 제기하는 등 올바른 정치지도자를 뽑도록 유권자 캠페인도 전개한다. 의제는 YWCA 중점운동인 탈핵과 성평등 부문에 집중했다. 성평등과 관련해 남녀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동일임금의 날 제정, 가사종사자 고용개선법률 제정, 청년층 여성과 경력단절여성, 노년층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 여성의 직업훈련기회와 취업 지원 확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실질적 가사·육아 지원 체계 마련, 공공보육 확대 정책 등을 제안했다. YWCA는 지역 간담회와 후보초청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지역 언론을 통한 YWCA 의제 발표, 선거 후 일상 활동에서 지속적인 촉구활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대한간호협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성공적인 정착에 주력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는 지난해 간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 올해 하위법령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나갈 계획이다.
김옥수 회장은 “지난해 전국의 회원들과 함께 이뤄낸 기적이 앞으로 계속되고 완성될 수 있도록 주어진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간호사 업무의 독자성이 확보됨에 따라 법률에 규정된 업무를 하위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체계화하고, 간호사 면허 행위에 대한 합당한 간호수가가 신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정원을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철폐하고 전문간호사의 법적지위를 확보해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간호를 실현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힘쓰고, 공공의료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최적의 모형으로 설계돼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애쓰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9월부터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를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며 “간호사 이직률을 최소화하고, 신규‧유휴 간호사의 취업을 늘리는 데 힘쓰는 한편 맞춤형 상담프로그램을 통한 취업연계 프로젝트에 주력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간협은 또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대안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50주년 기념, 탈북여성 상담센터 설치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총재 최오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성봉사단체로, 129개국 약 9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협회는 1966년 서울 클럽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6개 지역(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 35개 클럽에서 8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한국협회는 4월 28일 5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29일 하얏트 호텔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최오란 총재의 뒤를 이어 새로 취임하는 신효철 신임총재는 새 임기를 시작하면서 7개 지역 지역대표와 임원들에게 각자의 역할 수행과 업무 추진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할 계획이다.
5월 초에는 연례행사인 성폭력 방지 캠페인 ‘호루라기 나눠주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며, 5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인 탈북여성을 위한 상담센터 설치를 위해 제주에서 준비 중이다. 탈북 여성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남한에서의 정착과 경제생활 능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협회측은 “무엇보다 올해는 국제적인 여성봉사단체로서 영향력 증대라는 커다란 목표 아래 한국 협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회원 확장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회원국들과의 국제교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회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한 봉사의 영역을 넓히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전 회원의 기부문화 생활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 등 회원 교육에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재단
미혼모, 한부모 등 소외계층 여성 적극 지원
한국여성재단(이사장 이혜경)은 올 한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발생한 다양한 여성 이슈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평등과 상생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여성운동과 여성활동가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외계층 여성들을 위한 지원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미혼모와 한부모 등 경제적 책임이 있는 여성들의 기본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구상이다. 그동안 다문화 여성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에 힘써온 여성재단은 다문화사업 10년을 맞아 ‘다문화여성 및 다문화가정자녀 지원사업’으로 확장했다. 이혜경 이사장은 “다문화 여성과 자녀들이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다문화 감수성을 발휘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시민사회 운동의 발전과 활성화를 이끌어 갈 운동의 주축인 여성활동가 역량강화 사업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여성재단은 지난 10년간 NGO 여성활동가를 위한 전문 교육과 리더십 과정을 통해 602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해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올해는 급격하고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이끌 여성활동가 그룹 양성에 주력하게 된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제3회 여성회의를 열어 여성주의 담론 생산과 여성·시민사회운동의 비전을 그려내는데 힘쓸 계획이다.
전국여교수연합회
전문성 가진 여성인재 양육
전국여교수연합회(회장 고상숙)는 2016년 제17대 회장단을 맞아 역대 회장단의 뜻을 이어받아 △여교수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성인재 양육을 목표로 연구를 계획하고 실천한다 △양성평등에 관련된 사업을 통해 유리천장을 극복하여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한다 여교수들의 전문성을 사회 각처에 재능기부함으로써 사회가 상호협조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 등 세 가지 주력 사업을 선정했다.
고상숙 회장은 “주력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들이 지속해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여러 회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6년도 의미 있는 시간을 꾸려가길 원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올 한해 많이 생각하며, 많이 웃으며, 많이 배려하며, 많이 감사하며 즐겁게 전국여교수연합회의 모임을 가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심과 초점을 두고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적 관점에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여성 교수들의 몫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유일한 여성 교수들만의 단체로써 정체성에 입각한 활동을 계획·실천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여성인재를 양성하고 육아, 특수교육, 노인복지 등 사회의 소외계층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건립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소녀와 젊은 여성을 리더로… 창립 70주년 기념행사
한국걸스카우트연맹(총재 김경옥)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70년간 소녀와 젊은 여성들의 잠재력 개발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헌해온 한국걸스카우트의 발자취를 기리며, 이를 대내외적으로 축하하기 위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연맹은 지난해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과 도전정신 함양을 위한 창립 70주년 기념 제15회 걸스카우트 국제야영을 시작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소녀들의 아름다운 미소 찾아주기’ 모금 캠페인, 안전하고 바른 인터넷 활용을 지원하는 서프 스마트(Surf Smart) 패치 취득활동 등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질적으로 우수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창립 70주년인 2016년에는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패치 취득활동을 비롯해 걸스카우트 랠리, 소녀의 날 기념식과 행사, 가족음악회, 홈커밍 데이와 역사전시관 리뉴얼, 지도자전국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맹 측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소녀와 젊은 여성의 삶을 변화시켜 온 지난 7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발판삼아 더욱 크게 도약하고자 한다”며 “소녀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국내 유일의 단체로서 창립 70주년을 맞아 소녀와 젊은 여성이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와 세계의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커 가는 데 더욱더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여성할당제 10년… 노조 내 성평등 힘쓴다
올 한 해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은 네 가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 내 여성 지위와 의사결정기구 내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4년 여성할당제 관련 규약을 개정하고 2006년부터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선거인대회에 여성이 30% 이상 또는 여성 조합원 비율만큼 여성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여성할당제 시행 10년을 맞아 전체 조직의 여성할당제 이행 실태와 노조 간부의 인식 수준 조사사업을 통해 여성할당제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구상이다.
또 최우선 현안인 성별 임금격차의 심각성을 공론화해 이를 줄이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임금격차(36.3%)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평균(14.4%)의 2.5배로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경력단절 등 성별 임금격차 요인을 없애 임금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 동일가치노동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매뉴얼 마련을 요구하는 정책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질의 여성일자리 확대와 여성고용률을 OECD 평균(58.4%) 수준으로 높이는 활동도 펼쳐나가게 된다. 적극적고용개선조치제도(AA)의 실효성을 높여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관리직 비율도 높여 성 격차 해소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저임금이 우려되므로 반드시 일자리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노동시간 전환 청구권 보장을 통해 시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꾀하는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국공립어린이집 30% 이상 확충을 위한 정책 활동도 매진하고 있다. 공보육 기반 확충을 통해 보육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노동 기본권을 강화해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활동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노총
노조 내 여성 비율 높여 세력화 힘쓸 터
민주노총(위원장 한동균)은 올 한 해 여성의 노조 가입과 노동조합 확대를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3‧8세계의날을 앞두고 발표한 ‘민주노총 여성노동운동사’ 동영상을 통해 민주노총 여성노동과 노동조합의 순기능을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노동개악은 취약한 상태에 있는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는 게 민주노총의 인식이다. 저성과자 해고 지침은 다양한 이유로 저성과자로 몰릴 위험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에게 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김수경 여성국장은 “현재 우리 사회의 노조 조직율도 낮지만 여성은 더욱 낮게 조직돼 있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민주노총도 남성 중심의 가맹 노조가 많아 여성의 요구는 많은 부분 사장돼 버린다”며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알리려면 여성들이 노조를 통해 세력화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기 성평등 강사단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보수교육을 포함해 90여시간의 교육을 받은 강사 22명이 성희롱 예방 교육과 성평등 사업, 조직 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2기가 4월 7일부터 6월까지 매주 목요일 7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노조 내 여성주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예방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펼칠 구상이다. 3‧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대응에 관한 포스터를 웹툰 작가 ‘우다’와 함께 제작해 현장에 배포했다. 이밖에 성희롱예방 교육 실태 조사, 위반 사업장 고발 등을 기획 중이다.
민주노총은 올 한해 슬로건으로 “노동개악 저지하고 좋은 일자리 쟁취하자” “최저임금 1만원으로 여성 생활임금 쟁취하자”를 내세웠다. 김 국장은 “지금껏 여성위원회 안정화를 위해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조합원과 호흡하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