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과 불화 겪고 더 단단해져

“진보도, 보수도 아닌 코미디언일 뿐”

 

코미디언 김미화는 “삶에 만족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사람들을 웃겨주는 게 내 일” 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코미디언 김미화는 “삶에 만족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사람들을 웃겨주는 게 내 일” 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 김미화씨 아녜요? 반갑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는 물론 커피숍을 찾아 걷는 짧은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가 달려왔다. 모두가 알아보는 얼굴,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게 만드는 얼굴, 바로 코미디언 김미화(52)의 얼굴이다. “네, 안녕하세요”라며 자연스레 답하는 그에게 슬쩍 물었다. “모든 사람이 아는 얼굴로 사는 건 어떤 의미예요?” 대답을 듣고 크게 웃었다. “어디 가서 나쁜 짓을 못해요!”

가모장의 아이콘으로 인기몰이 중인 코미디언 김숙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김미화다. 일자 눈썹 휘날리며 “음매 기 살어!” 외치던 순악질 여사는 가부장 문화에서 속 끓던 여성들을 대변했다. 1983년 19살에 데뷔한 김미화는 KBS 2TV ‘쇼 비디오자키’에서 개그맨 김한국과 ‘쓰리랑부부’로 큰 사랑을 받으며 80~90년대 개그계를 점령했다. 개그프로의 대명사 ‘개그콘서트’의 원년멤버로 개그 부흥기를 이끈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행복하죠. 난 행복한 삶이에요. 내 삶에 만족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코미디로 많은 분에게 사랑받았고, 나이 들면서 역할에 맞게 변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도 따랐죠. 마이크 앞에서 사람들과 사회 현안을 얘기한 세월도 있었고, 같이 아파한 날들도 있죠. 그리고 코미디언으로서 많은 분에게 웃음을 찾아드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기회도 아직 있잖아요. 그래서 참 좋아요.”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유난히 홍보대사 이력이 화려하다. 코피온, 녹색연합, 서울시, 사랑의열매, 다일공동체, 한국여성단체연합, 유니세프,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여러 비영리단체와 지자체에서 활동 중이다. 보통 연예인 홍보대사는 1, 2년 정도 짧게 유지되지만, 그는 조금 특별하다. 대부분 1호로 임명됐으며, 임기만료도 없다. “제가 그랬죠. ‘나는 1호로 쭉 간다. 나를 자를 생각은 마시라’ 기왕 인연을 맺었으면 관계유지를 해야죠. 연예인이 많으면 더 풍성하게 도울 수 있잖아요. 소모품도 아닌데 왜 단절시켜요.”

김미화는 어려운 형편의 독거노인과 한부모가정 자녀 등을 후원자와 연결해주는 ‘사랑의 삼각끈’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순창 전 한국방송 피디가 만든 방송 프로그램을 사회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피디, 작가들과 함께 많은 후원자를 발굴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쓰리랑부부를 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홍보대사를 비롯한 각종 사회활동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기대라기보다 나의 기대예요. 사회에 바라는 나의 기대가 반영된 활동이죠.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기자를 가벼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거라는 기대요. 그 사람에 대해 묵직하게 바라봐주는 거 있잖아요. 매일 웃기기만 하고 내 돈벌이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사회의 아픔을 같이 할 사람으로 느낀다면 엄마 역 하나를 맡더라도 더 가까이 느껴지겠죠. 그런 기대를 가지고 홍보대사 역할도 마다치 않고 돕지요.”

지난 3월 5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 MC로 무대에 오른 그는 위로와 웃음을 함께 선물했다. 원천사업장의 구조조정과 용역회사의 해고를 막아낸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분회’ 회원이 ‘성평등 디딤돌’ 상을 받고 울먹이자 김미화만의 멘트가 반짝였다. “아니,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하는데 왜 울어요. 왜 울어. 너무 고생 많이 하셨죠. 언니가 위로해줄게요.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아이고, 울다가 웃으면 어디 털나겄네. 고맙습니다. 힘내십시오!” 행사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여성은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내 인생은 쌍방향으로 조화가 잘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반영되기도 하고, 내 기대치가 사람들에게 투영되기도 했어요. 내가 살고 싶었던 삶대로 굉장히 잘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소망했던 것은 코미디언으로 늙어서 무대에서 죽는 거. 또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함께 도울 수 있는, 함께할 수 있는 위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무대에서 죽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잠시 시련을 맞은 적도 있다. 김미화는 2010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에서 하차한 뒤 이른바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방송국과 갈등을 빚었다. 외압설 논란 속에서 8년째 진행하던 MBC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도 하차했다. 이후 공중파 방송 어디에도 설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을 견딘 그는 3년 후 KBS 창사 40주년 개그콘서트 출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TV 출연을 3년간 못 했지만, 코미디언 김미화가 김미화지, 다른 김미화가 될 수 없어서 언제든 기회가 되면 많은 분을 웃겨드리려는 소명을 갖고 살았습니다.”

“어찌 됐건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 건 사실이에요. 지금 생각해봐도 잘못한 일은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사회가 모질다고 섭섭할 것도 없는 것이 그렇게 흘러야 하니까 그렇게 흘러간 거겠죠. 인생이 꼭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때는 진짜 한 2달은 매우 괴로웠어요. 밀려나서 집에 있을 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내 인생에서 방송을 떠난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마이크를 놓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김미화는 방송국과의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진보 성향 연예인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이런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때마다 정치권 외압설이 돌곤 했다. 그저 ‘분 바르는 연기자’로 살고 싶었던 그는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대신 ‘그냥 열심히 사는 쪽’을 택했다. 최근 보수 언론이 운영하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김미화를 진보라고 포장해버리지만, 내가 무슨 진보입니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에요. 난 그런 틀에 얽매인 사람이 아니에요.”

“왜 종편에 출연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분 바르는 연기자란 말예요. 내가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분 바르는 연기자, 코미디언인데 어느 방송은 좋고 어느 방송은 나쁘다고 판단할 게 아니죠. 와서 웃겨달라고 하면 가서 웃겨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김미화가 웃겨주길 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내가 주로 활동하던 방송국에서 나를 안 받아주는데 방송으로 먹고살던 사람이 뭐로 먹고 살아요. 난 만날 농사만 지어야 하나? 그렇지 않잖아요. 그냥 나는 이렇게 적립하기로 했어요. 웃기는 사람으로서, 분 바르는 배우로서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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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김미화는 “삶에 만족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사람들을 웃겨주는 게 내 일”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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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성향을 정해 편 가르기를 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며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그는 “다시 웃기는 코미디언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정치색을 입은 자신의 이미지를 ‘재밌는 김미화의 모습’을 되찾는 여정이다.

“오랫동안 방송을 못했으니까 그사이에 농사도 짓고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죠. 이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종편도 하고,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으면 잡고, 교통방송 TBS FM에서 4시부터 6시까지 ‘유쾌한 만남’ 진행도 해요. 김미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데 어떻게 돌아갈지, 내가 과연 뭐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주변부만 돌다가 방송활동이 끝날지, 아니면 주요 프로그램을 맡아서 코미디도 하고 토크쇼도 할 수 있을지 그건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크고 작은 사건 속에서 잃기만 한건 아니다. 김미화는 더 단단해졌다. 방송을 쉬는 동안 제작환경이 달라져 녹화 시간이 3~4배 길어졌다. 조명이 내리쬐는 스튜디오는 찜통이다. 여러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많은 얘기를 쏟아 내고 또 들어야 한다. “남편한테 ‘진짜 힘드네’ 했더니 (녹화)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뭐가 그렇게 힘들까 하더라고요. 같이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번 해보고는 ‘부인 진짜 고생 많으슈’ 하대요.” 힘든 작업이지만, 이것조차 본래의 김미화로 돌아가기 위한 수련으로 여긴다. “옛날 같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한마디 정도 했을 텐데 지금은 ‘이것도 다 나에 대한 단련이다’ 생각하고 그냥 넘겨요.”

김미화는 얼마 전까지 창원 KBS에 출연했고, 4월부터 대구, 광주 MBC에 출연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방 방송국까지 내려갈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간다. “나를 필요로 하는 게 감사하다”며 “지방에 내려가면 과하게 반겨주세요. PD랑 작가들이 엄청나게 좋아해 줘서 술 먹고 밥 먹고 그러느라 술만 늘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방송국에서 만난 젊은 PD들이 ‘선생님 응원해요’ ‘선생님 존경해요’ 그래요. 내가 ‘존경받을 일도 안 했는데 왜 그래요’ 하면 ‘아니에요. 살아온 발자국이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이래요. 젊은 사람들이 내가 걸어온 발자취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얘기해주는 거 그게 나에게는 보람이에요. 한편으론 ‘내가 잘살아왔구나’ 생각들죠. 방송을 안 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고, 그런 선택도 괜찮은 선택이었구나.”

김미화는 지난 2007년 대학 교수인 남편 윤승호씨와 재혼해 네 아이의 엄마가 됐다. 지금은 모두 성장했지만,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애들은 하늘이 길러주는 거다’ 생각하며 일에만 몰두한 워킹맘이었다. 친정어머니가 길러주신 아이들은 훌쩍 커서 대학생이 됐다.

“너무 아쉬워요. 아이들이 어릴 때 같이 걸어주고, 보듬어주고,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게 심적으로 괴롭죠. 방송이 뭐라고 거기에 그렇게 목을 매고 살았을까. 일하는 사람은 회사가 가장 첫 번째죠. 그래야 돈을 버니까. 그런데 사실은 가장 첫 번째로 놔둬야 할 게 가족이에요. 젊을 때는 자녀들이 기다려주겠지, 부모님도 기다려주시겠지 하면서 소홀히 하죠. 애들은 금방 커버려요. ‘애들한테 사랑도 못 줬는데 이렇게 커버렸네’ 너무 아쉽죠. 지금은 내가 사랑을 주고 싶어도 남자친구한테 달려가고, 남자친구 엄마가 더 최고고 그래요.(웃음)”

‘내 가족은 좀 희생해도 돼’ 일에만 몰두하던 시절 그를 이끈 생각이다. 가족들은 그의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여동생 결혼식은 물론 자신의 출산 날짜도 방송 녹화가 없는 날로 잡았다. 아이에게 전화가 오면 “지금 바쁘다”며 모질게 대했다. 그는 “일에 미친 거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지나고 보니까 왜 그랬나 싶다”면서 처음으로 “후회된다”는 말을 했다.

“아이들이 전화하면 ‘엄마 바빠. 지금 녹화야.’ 윽박지르고 그냥 끊어버렸어요. 아이들이 뭔가 요구해도 ‘엄마는 바쁜 엄마잖아. 자, 따라 해봐.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그렇게 끊고 그랬어요. 애들이 스스로 척척척 잘하기는 해요.(웃음) 지나보니까 그게 자랑할 일이 아닌데 왜 그랬지 싶어요. 그리고 너무 엄하게 했어요. 엄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만 줘도 애들이 나쁘게 자라지 않는데…. 지금은 많이 표현하려고 해요. 남편한테도 ‘아이고 예뻐’ 쓰다듬어줘요. 표현에서 인색하지 않으려고요. 너무 바빠서 못했던 표현들이 안타까워요.” 

 

김미화는 5월 7일 열리는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게 “체력단련이 필수”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미화는 5월 7일 열리는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게 “체력단련이 필수”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마라톤대회 파이팅!

김미화는 여성신문과 서울시가 개최하는 2016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게 “체력단련이 필수”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신이 건강해야 모든 생활의 기초가 되죠. 그런데 정신만 가지고는 또 안 되거든요. 육체가 받쳐줘야 해요. 체력단련은 필수로 이어져야죠. 예전에 걷기 대회가 있어서 10㎞를 걸었는데 어머, 2㎞도 못 걷겠더라고요. 그런데 장애인분들이 휠체어를 끌고 완주하고 돌아와서 끄떡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비장애라고 해서 몸이 튼튼하다고 장담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약한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 번이라도 기회가 왔을 때 잡으십시오. 더더군다나 가족들끼리 날씨 좋은 날 걸을 수 있다는 게 행복이잖아요. 살아있는 한순간 한순간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즐기는 거 이게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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