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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중심의 출산테크놀로지는 여성 몸의 자율성을

통제, 출산과정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에코 페미니스트

들은 주장한다. 이에 유전자 신기술 개발에 흥분해 막

대한 비용을 무조건 투입하기보다 생명의 신비를 간직

한 여성의 건강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행해져야

한다고 본다. 사진은 한 임산부를 둘러싼 종합병원 의

료진. 사진·민원기 기자

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

여성에게도 ‘신대륙’ 열리는가

“현재도 남아가 아니면 여아를 야멸차게 낙태해버리는데, 게놈 프로젝트로 남아들만 태어나면 어쩌죠?”, “남성중심 문화의 사회에서 유전자 연구가 급속도로 발달해 인간 복제가 가능해지면, 자아가 강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전략상 일부만 남겨두고 남성들이 좋아하는 순종적이며 늘씬하고 예쁜 여자들만 생존하게 되지 않을까요?”

6월 26일 가히 신대륙 발견에 비견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발표로 불치병 정복이 코 앞에 와 있는 듯한 희망 속에서 여성들은 영화 속에서나 이루어질 법하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상같은 현실’에 이의를 제기한다. 언론들에서 이미 성급하게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소위 ‘주문형 인간’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까지의 복제실험 결과,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컷보다는 암컷을 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성공율이 높다고 밝혀졌다(수컷 포유류 복제는 미 하와이대 과학자들이 99년 5월 처음으로 유일하게 성공했을 뿐이다).

이제,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에 게놈 프로젝트 같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나름대로 규명하고 인식해야 한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과학의 눈부신 발달 뒤에 숨은 음영에 주목한다.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사회 안에서 행해지는 과학연구엔 필연적으로 남성문화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과학을 행하는 주체 역시 남성들이어서 여성들은 과학의 언저리에서 주변화될 수 밖에 없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보다는 도구화, 대상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 의학의 발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무엇보다 출산과 관련된 여성들의 생식기능권리다.

이번 게놈 프로젝트 발표 이후에도 인공자궁 가능성까지 점치며 임신과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과, 생명창조를 통한 거의 신적 영역에 가까운 여성의 출산권을 과학이 월권하려 한다는 부정적 견해가 함께 일고 있다.

시험관 아기 기술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와 의료인의 이해관계가 결국 여성의 생식기능권을 통제한다는 주제로 논문을 쓴 바 있는 여성학자 조영미 씨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구속력인 동시에 제한적인 권력을 주는 부분인데, 이제까지 여성 몸 안에서 일어나던 자연스러운 출산과정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여성의 손을 떠나 ‘외부’에 넘겨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여성의 생식기능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과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립된 후에 과학기술의 성과를 접목시켜야 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인간재생산권, 출산권, 생식건강권, 재생산건강권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난립하고 있는 출산관련 용어들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초음파 기술이 여성의 임신경험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연구한 여성학자 서정애 씨는 아들을 못낳는 것 역시 예전엔 팔자로 간주됐으나, 요즘엔 무지하거나 과학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은 여성을 스스로의 몸에 대해 끊임없이 의존적, 종속적 상황으로 몰아가기에 이런 때일수록 섹슈얼리티와는 별도로 여성 몸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공감대와 운동이 전사회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서씨는 강조한다.

인지과학자인 김재희 씨는 이번 게놈 프로젝트 발표가 페미니스트들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를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과학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려는 시도로 ‘남성적’ 과학에 ‘여성적’ 특성을 보완해 가는 작업이 한층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여성부터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김씨는 “여성들이 과학기술의 급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위험하고 미친 짓이라고 고개를 돌리기 보다 철저히 이를 알아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 광기에 대한 치료책으로 페미니즘과 에코페미니즘을 든다. 수천년 간 활동했던 산파가 불과 2백년 전 의학의 발달로 남자의사들에게 그 자리를 내준 이후, 요즘 다시 유럽 등지에서 재부상하고 있는 현상을 실례로 든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 맘대로 내 다리를 절대 벌려주지 마. 그 의사들은 너의 몸을 잘 몰라. 네 몸은 바로 네꺼야”란 여성운동의 성과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오랜 꿈인 무병장수 실현뿐만 아니라 인간복제 가능성까지 성큼 다가온 현실에서, 유전자 정보 누출로 인한 새로운 소외계층의 탄생, 돈과 권력을 가진 계층만이 우성인간을 대대손손 생산할 수 있다는 위험성 등 사회 윤리적 문제에 덧붙여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과연 이 신기술에 힘입어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자율권을 그간 상실했던 부분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더욱 더 종속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인가에 관해. 여기에서 화이트헤드-M.I.T 게놈연구센터 소장인 에릭 랜더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은 의미심장하다.

“일단 인간을 생산제조품으로 보기 시작하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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