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8차 변론 열려
당시 간호사·임상병리사 "성병 검사 보건증에 도장 없으면 잡아와" 진술
5월 13일 중앙지방법원 466호 민사대법정.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8차 변론의 2시 개정을 앞두고 50대 후반에서 7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삼삼오오 입장하기 시작해 어느새 50여명이 방청석을 메웠다.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관계자들이다.
2014년 6월 미군 위안부 122명이 국가가 1957년부터 정책적으로 기지촌을 조성해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고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된 소송은 어느덧 8차에 이르렀다.
이날 공판에서는 원고측 변호인단이 제출한 영상물을 확인하고, 해당 영상물을 촬영한 증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30여 분량의 영상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기지촌 여성만 성병 검진하고 수용소에 관리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됐다. 영상물에는 과거 위안부의 성병 검사에 참여했던 간호사와 검사원이 등장했다.
임상병리사 강모씨는 1960년부터 경기도 파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다 1972년부터 성병관리소 검사원으로 미군 위안부 진료에 참여했던 당시의 경험을 영상을 통해 진술했다. 그는 “국가가 파주 내 병원 16곳에 아가씨들을 관리하라고 지정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기억으로는 당시 미군 위안부 보건증을 가진 사람만 4천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두 번째로 증인으로 참여한 간호사 이모씨의 진술은 더 상세하고 구체적이었다. 이씨는 파주성병진료소에서 1983년부터 1990년까지 근무했다. 그는 “당시 검사는 파주의 3곳에서 진행했고, 검사에서 성병이 검출된 낙검자의 치료는 진료소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들이) 주1회 검사받으러 오지 않으면 점검 나가 보건증에 도장이 있는지 조사를 해 도장이 없으면 잡아오는 식이었다. 보건증이 없어 잡힌 이들은 클럽에 놀러왔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며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던 검사 방식을 설명했다. 미군 상대 여성을 위안부라고 표기하고 위안부 진료 검진대장을 별도로 관리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83년 당시 (한 곳 당) 검사 인원은 약 400~500명 정도 됐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해진 요일에 한꺼번에 검사를 받으러왔다. 산부인과 의자 위에 올라가서 검사받는데도 워낙 자주 받아 익숙하다보니 정해진 3시간 만에 가능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낙검이 나올 경우 해당 여성이 있는 클럽에 연락하면 포주가 데려와 치료받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영상물을 촬영한 사진작가 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씨는 영상물을 제작한 이유로 “파주현장사진연구소 소속으로, 파주 신도시 개발로 사라져가는 자연 마을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어릴 때 미군에게 초콜릿을 얻어먹었다거나 양색시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고 관련 기록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직접 만난 위안부의 상황이 어땠냐는 원고측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 “할머니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는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고 양색시라고 손가락질 받았지만 당시 (국가 경제에 기여한) 달러를 벌 수 있었다고 했고, 또 다른 할머니는 국가가 관리를 했는데 보호받지 못했다고 원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원고측 변호사가 조씨에게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서, ‘양색시들이 생계 때문에 그런 생활을 했지만 달러를 벌어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미군에 비해 여성의 숫자가 적어 전국에 여성을 모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냐"는 질문에 “포주가 네트워크로 연계해서 모집했다고 얘기 들었다”고 답변했다.
조씨는 덧붙여 “기지촌에 자발적으로 가지 않얐냐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기지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찾아갔겠냐”고 말한 할머니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8일 9차 변론에는 원고 4명이 참석해 당사자 진술을 할 예정이다. 재판 공개 여부는 원고 측이 결정하기로 했다.
원고인단 122명은 국가가 1957년부터 직접 미군을 위한 기지촌을 형성하고 ‘기지촌 정화대책’ 등을 통해 여성들을 관리하며 인권을 침해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지촌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하고 조장함으로써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이 성병에 걸린 위안부들을 치료 목적으로 감금했던 시설인 몽키하우스의 실체를 보도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