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젠더폭력의 현주소를 말하다 ②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여성단체연합, 26일 강남 ‘여성살해’ 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 열어

“이제는 한국 사회가 방관하고 침묵해 온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에 관해 말할 때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부근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여자가 무시했다’는 이유로 낯모르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은 여성들의 외침으로 이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 주최로 지난 2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젠더폭력의 현주소 : 강남 여성살해 사건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도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페미니즘·젠더 전문가들은 “지금은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 정면으로 맞서 싸울 때다. 침묵을 깨고 연대하면서 함께 나아가자”라고 했다. 약 세 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나온 전문가 7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서울 중구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 여성살해 사건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서울 중구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 여성살해 사건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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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은 기자

성차별사회 속 커져가는 남성들의 굴욕감이 ‘젠더폭력’으로 이어져

메갈리아 등 ‘새로운 정치적 주체’ 탄생...여성들의 연대·조직화 주목해야

‘살아남은’ 우리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혐오 혹은 증오범죄(hate crime)’이자 ‘여성살해 범죄(femicide)’입니다. 여성들이 이번 사건을 스스로 ‘페미사이드’라 명명하고, 추모하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 추모 열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여성폭력·여성살해가 왜 이제야 사회 이슈화되는 걸까요? 

기존에는 피해 여성들이 ‘순결한 여성 혹은 창녀’라는 이분법에 따라 분류됐습니다. 젠더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거나, 사람들이 피해 여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하는 데 실패했죠. 그런데 이번에 대중적인 공간에서 ‘일반’ 여성이 살해되자, ‘나도 당할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여성들의 경험에 공감하는 청중이 탄생했죠. 

광우병 집회에 참석했던 여성들을 두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 탄생’이라는 분석이 나왔었죠. 저는 지금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거리에 나오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도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탄생이라고 봅니다. 물론 오랜 여성운동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죠. 여성들이 집을 벗어나 대학에 진학해 불평등과 차별을 처음 실감하고 충격을 받아서 페미니스트가 되기도 하고요. ‘메갈리아’를 보세요. 여성들 스스로 온라인 공간에서 다층적인 문제들을 매일 나누면서 일상의 지식 토대를 마련해왔어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구나, 날 지지해주는 이들이 있구나’ 하면서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거죠. 여성들이 ‘제도화된 부정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고, 대안적 하위 공론장을 구성하고, 당연하게 느꼈던 기존 개념들을 반성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 특히 우월적 지위를 공기처럼 누려온 남성들은 이 상황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많은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불쾌해하면서 ‘나는 여자를 싫어하지 않는데?’라고 반응하는 건, 혐오를 감정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여성혐오는 위계적 젠더 질서와의 연관성 속에서 구성됩니다. 성차별 사회에서 남성들이 자신의 특권이자 우월적 지위인 ‘남성성’이 훼손당했다고 느낄 때, 무시당했다는 굴욕감을 받을 때, 이는 여성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 폭력적 행위로 발현되는 겁니다. 

일부 남성들의 격렬한 반발과 부정은 그 자체가 성차별 사회의 징후입니다. 남성 위계 사회에서 우월적 지위의 남성으로부터 인정받아야 살 수 있는 슬픈 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거죠.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면서 젠더 위계질서를 지키려 하는 그 무지와 비굴함이 안타깝습니다. 남성들 스스로 이 자기 분열증적 행태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해체하는 수밖에 없어요. 

 

강남역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라는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cialis manufacturer coupon open cialis online coupon
강남역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라는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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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언론은 이번 사건을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명명하거나, 성대결 프레임으로 보고 있죠. 경찰도 ‘조현병 환자의 비의지적 행위이므로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3개월간 여성범죄대응 특별 치안활동’, ‘스마트워치’ 지급,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 등입니다. 이런 접근은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정형화된 젠더 역할을 고착화시킬 뿐입니다.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고요.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 여성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이해도 불가능한 성차별 사회라는 걸 보여준 겁니다. 

단, ‘여성혐오 범죄’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범죄성’을 강조하므로 단기간에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지금 여러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구조적·문화적 변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법적 틀에 갇히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에 기반한 살인’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한 시민들, 그리고 이들 간의 연대와 조직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건의 본질인 이 사회의 비대칭적 위계질서를 또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 포괄적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남성에 대한 공격과 혐오 표출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의 역습에 의해 이미 쪼그라들고 있는 가부장제의 잔여물들을 더 이상 붙들고 있어서는 생존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존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겁니다. 

왜 여성들에게만 설득을 요구합니까? 공기 같은, 무의식에 각인된 차별 구조를 깨는 것은 가해자, 특권층의 역할입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성찰해야 합니다. 이제는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세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면서 계속 싸우다 보면, 언어도 생기고 맷집도 생기고 동지도 생깁니다. 당당히 맞서 싸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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